아프간 '20년 전쟁' 발 뺀 바이든 "탈레반보다 中이 더 위협"

중앙일보

입력 2021.04.15 11:30

업데이트 2021.04.15 11:3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 14일 미국이 최장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 14일 미국이 최장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벌인 '최장기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군의 전면 철수로 막을 내리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2500명을 완전히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영원한 전쟁을 끝내야 할 때"
9·11 테러 20주년 기념일까지 철수 발표
트럼프 시동, 바이든 완성 "중국에 집중"
"미 군사전략 실패" "제2 9·11" 반대 여론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제는 미군이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1일 철군을 시작해 9월 11일까지 마친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9월 11일은 2001년 9·11 테러 사태가 발발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바이든이 연설한 백악관 '트리티 룸'은 2001년 10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이 아프간에 있는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를 전격 공습했다고 발표하며 개전을 선언한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 이유는 그곳이 다시는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기지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목표를 갖고 전쟁을 시작했고,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심판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무력화시킨 것을 꼽았다. 하지만 빈 라덴 사살 후 10년간은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는 의미가 점점 불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테러 위협이 소말리아부터 아시아까지 전 세계로 분산돼 아프간 한 곳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 병력 수천 명을 고정하는 게 별로 이치에 맞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철군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겠다며 미군의 주둔 연장이나 확장을 계속해서 반복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나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네 번째 미국 대통령"이라며 "그 책임을 다섯번 째(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6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이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1년 6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이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전쟁에 2조 달러(약 2230조원) 예산을 투입했다. 미군 2300명이 사망하고 2만여 명이 부상했다. 한때 10만 명까지 증원한 미군은 현재 2500명으로 줄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병력은 약 7000명이 주둔해 있다. "함께 들어가고, 함께 나오다"는 원칙에 따라 나토군도 함께 철수한다.

민주당은 대체로 환영했다. 특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당내 진보 성향 의원들은 종전을 적극적으로 반겼다. 반면 공화당 주류는 탈레반이 여전히 힘이 있어 철군은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대실수"라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 정부는 '제2의 9·11'을 막을 수 있는 보험을 깼다"고 비유했다. 두 의원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을 발표했을 때도 반대했다.

아프간 철군 시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걸었다. 탈레반 정부와 협상해 5월 1일까지 철군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전임 정부가 한 외교적 합의를 계승했다. 미국 정부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만, 제시한 명분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미국인 세금과 생명이 다른 나라를 지키는 데 쓰이는 데 반대했다.

바이든은 미국이 세계를 다시 이끌겠다며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주장한다. 외교적 관여 정책을 펴되 지난 20년간 지정학적 변화에 따라 미국에 대한 위협의 실체가 바뀌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아프간보다 중국 등 새롭게 떠오르는 위협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탈레반과의 전쟁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점점 더 강경해지는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직면한 극심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신기술과 사이버 위협을 통제할 국제규범이 독재자가 아닌 우리의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을 두도록 동맹을 강화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20년이 아니라 향후 20년을 위해 싸운다면 장기적으로 우리는 적과 경쟁자에게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정보수장들은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평가한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을 "점점 더 동급에 가까운 경쟁자"라고 진단했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꼽았다.

미군이 철수하면 탈레반의 정권 복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NBC방송은 미군이 빠져나가면 아프간은 내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명백한 승리 없이 철군함으로써 미국 군사전략에 대한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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