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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조 '피라미드 사기극' 메이도프, 교도소서 최후 맞았다

중앙글로벌머니

입력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 AFP=연합뉴스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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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사건을 저지른 희대의 금융 사범 버나드 메이도프가 교도소에서 최후를 맞았다. 82세.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트너의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메이도프가 교도소 내 의료시설에서 자연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펀드매니저 메이도프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 말까지 세계 136개국에서 3만7000여명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수법이었다.

이 사건 피해액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650억 달러(약 72조5000억원)에 이른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해 배우 케빈 베이컨,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 샌디 쿠팩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 뉴욕 메츠 구단주였던 프레드 윌폰 등 유명 인사들도 그의 먹잇감이었다. 그가 자수성가한 유대계 금융 전문가로 명망을 얻었기에 유대인 저명인사들의 피해도 컸다.

38년 뉴욕시 퀸스의 평범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메이도프는 인명 구조원, 스프링클러 설치기사 등으로 일했다. 22살엔 그동안 모은 돈을 바탕으로 동생 피터와 함께 월스트리트에 자신의 이름을 따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게 밑천이 돼 동생, 두 아들과 투자전문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나스닥 비상임 회장을 지낸 그에게 돈을 맡기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났다. 메이도프는 경제가 어려울 때도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높였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메이도프는 고객이 맡긴 돈으로 단 한 개의 주식도 사지 않고,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았다. 투자금을 은행 계좌에 넣어놓고 다른 고객이 맡긴 돈을 이용해 수익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피라미드식 수법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고객에겐 가짜 투자자계정보고서를 발송해 마치 정상적인 투자 활동을 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는 총 500억 달러의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였지만, 모두 장부에만 있을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돈이었다.

메이도프 가족은 고객들의 돈으로 뉴욕의 최고급 아파트를 사거나 롱아일랜드와 프랑스에 저택을 사들였다. 또 요트와 개인 전용기까지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았던 사기극의 실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금 반환 요구가 빗발치면서 베일이 벗겨졌다. 투자금 상환이 불가능했던 메이도프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투자자문업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털어놨고, 두 아들 마크와 앤드루는 당국에 아버지의 행각을 알렸다. 결국 메이도프는 2008년 체포됐고, 법원은 이듬해 3월 징역 150년 형을 선고했다.

한편 메이도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변호인을 통해 말기신장병 등 만성질환을 이유로 석방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역사상 가장 지독한 금융범죄를 저질러 아직도 피해자들이 고생하고 있다"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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