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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잇따르는 백신 차질…‘11월 집단면역’ 비상 대책 마련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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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정부는 존슨앤드존슨이 생산하는 얀센 백신에서 혈전 부작용이 드러나자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2분기에 얀센 백신 60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라 백신 수급과 접종 차질이 우려된다. [로이터]

미국 정부는 존슨앤드존슨이 생산하는 얀센 백신에서 혈전 부작용이 드러나자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2분기에 얀센 백신 60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라 백신 수급과 접종 차질이 우려된다. [로이터]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방역 정책이 동시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러다 정부가 국민 앞에 공언한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정부는 실상을 호도하지 말고 국민에게 정확히 알릴 의무가 있다. 어그러진 기존 전략을 속히 수정하고, 실현 가능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AZ 이어 얀센, 혈전으로 접종 중단 #모더나도 차질, 수급 실상 설명하길

그동안 정부는 모두 7900만 명분의 백신을 계약했다고 밝혀 왔지만 도입 시기와 물량이 확정된 백신은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 백신별 도입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을 2분기부터 순차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12일 대통령 주재 대책회의에서 “6월에 출시해 3분기까지 1000만 명분을 들여온다”고 계획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5월 중에 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공언했던 모더나 백신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모더나는 2억 회분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은 그만큼 도입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백신 접종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2분기 중에 600만 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던 얀센 백신은 혈전 부작용 때문에 미국 정부가 최근 접종 일시 중단을 권고했다. 접종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 이 물량을 대체할 백신이 없어 백신 접종 계획에 연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앞서 1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부작용 우려로 30세 미만에게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백신 수급과 접종 차질이 하나씩 현실로 닥치면서 9월까지 인구의 70% 이상을 접종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던 정부의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백신 전략에 성공해 일상으로 속속 복귀하는 이스라엘·영국을 우리 국민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호주·대만·홍콩 등 방역에 성공해 해외여행을 재개하는 나라들도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최근 “대다수 나라가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말해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백신 전략의 눈높이를 선진국이 아니라 후진국에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는 확진자까지 하루 700명대로 급증해 4차 대유행 현실화에 따른 방역 비상등이 켜졌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3일 731명으로 97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점을 감안해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하고,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신속 자가진단키트’의 국내 사용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이미 국내 46개 업체가 해외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감염 여부를 교차 체크할 수단을 추가 확보하면 방역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