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유도리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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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제가 맡은 역할은 유도리가 없고 원칙을 중시하는 깐깐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한 배우가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성격을 이야기하며 ‘유도리가 없다’는 표현을 썼다. 아마도 자신의 역할이 융통성이 부족한 사람이란 뜻으로 이러한 얘기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융통성이다. 특히 조직생활에서는 융통성이 윤활유 역할을 해 준다. 융통성이 없으면 스스로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가리켜 보통 ‘유도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기계나 일이 돌아가는 것을 유들유들하게 해 주는 것 정도의 의미가 연상돼 ‘유도리’ 또는 ‘유돌이’란 말을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유도리’나 ‘유돌이’는 사전엔 없는 말이다. 즉, 표준어가 아니다. 이들은 시간·금전·기력 등의 여유를 뜻하는 일본어 ‘유도리(ゆとり)’에서 온 말이다. 일본에서는 주 5일제 수업과 교과 내용 감축 등 고등학교의 ‘여유 있는 교육’, 즉 ‘유도리(ゆとり) 교육’이 학력을 저하시켰다고 해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도리’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은 무엇일까?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 ‘이해심’ ‘여유’ 등과 같은 우리말로 바꿔 쓰면 된다. “이번 일은 유도리 있게 처리해야 한다”에서는 ‘융통성’, “유도리가 없고 깐깐한 성격이다”에서는 ‘이해심’, “유도리 있는 태도를 보여 달라”에서는 ‘여유’로 각각 바꿔 쓸 수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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