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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경쟁이 반가운 소비자, 불안불안한 납품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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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쿠팡과 이마트, 마켓컬리에 이어 롯데마트도 최저가 전쟁에 뛰어들었다.

경쟁사보다 비싸면 차액 보상 #쿠팡·이마트 이어 롯데마트 가세 #납품가 인하 등 부담 전가 우려

14일 롯데마트는 앞서 이마트가 밝힌 소주와 라면 등 가공·생활 생필품 500개 ‘최저가 보상제’에 대해 15일부터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롯데마트 고(GO)’ 앱으로 결제하면 자체 마일리지인 ‘엘 포인트’를 5배까지 얹어준다. 다만 최저가 대응 기준은 하루가 아닌 주 단위다. 롯데마트 측은 “가격 비교에 대한 고객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일자별·실시간 가격 대응이 아닌 주 단위로 가격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8일 “경쟁사인 쿠팡, 롯데마트, 홈플러스보다 상품 가격이 더 비싸면 차액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e머니’로 돌려주겠다”며 최저가 전쟁을 선포했다. 마켓컬리 역시 쌀·채소·과일·정육·유제품 등 60여 가지 식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최저가 경쟁이 확전하고 있지만, 업체마다 전략은 다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주요 생필품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최저가를 정해놓고, 경쟁사보다 비쌀 경우 그 차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최저가의 기준은 쿠팡과 경쟁 대형마트다. 롯데마트는 차액 보상이 아닌 포인트 전환에 주력한다. 최저가로 정한 500가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구매액의 2.5%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주 단위로 가격을 업계 최저가로 재조정한다. 쿠팡은 해당 제품의 가격은 물론, 배송가격 등이 포함되는 경우를 고려해 무료 배송을 앞세우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최저가 전쟁을 바라보는 납품업체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갑’인 유통업체 간 경쟁이 심화할수록,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대형마트와 쿠팡 같은 대형업체 간 경쟁이 슈퍼나 편의점 같은 다른 업태의 유통업체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원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납품가를 낮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납품가 인하 등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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