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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적은 郡 지역, 보행자 교통사고 치사율은 2.4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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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11월 광주 어린이보호구역내 횡단보도에서 네 모녀가 참변을 당하기 직전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광주 어린이보호구역내 횡단보도에서 네 모녀가 참변을 당하기 직전의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6시께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42번 국도에서 길을 건너던 A씨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사고 당시 A 씨는 횡단보도가 없는 지역에서 무단횡단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달 15일 충남 청양군의 한 국도에서도 무단횡단을 하던 50대 남성이 승용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2021 안전이 생명이다]②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39% #OECD 평균 보다 거의 2배 육박 #군 지역이 보행자 치사율 최고 #'안전속도 5030' 17일 전국시행

 #. 지난해 11월 17일 오전에는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어린이집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네 모녀가 8.5t 트럭에 치여 3세 여자아이가 숨지고, 엄마와 언니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횡단보도에는 보행자 신호등이 없었고, 사고 운전자는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보행자의 교통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5%의 거의 2배에 육박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보행자 안전은 특히 인구가 적은 군(郡)지역으로 갈수록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2017~2019년)간 지역 규모별 보행자 교통사고 특성을 분석한 결과, 보행자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치사율)는 평균 3.2명이었다.

 이 중 자치구의 보행자 치사율이 2.1명으로 가장 낮았고, 인구 30만명 이상인 시에서는 치사율이 3.0명이었다. 또 인구 30만명 미만인 시는 4.7명으로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그런데 군 지역은 치사율이 무려 7.8명으로 평균의 2.4배나 됐다.

 교통안전공단의 홍성민 책임연구원은 "군 지역에서 사고가 잦은 곳은 주로 국도나 지방도로로 별도의 인도가 없는 데다 차량의 속도도 빨라 사고가 나면 그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 지역의 노인 비율이 높은 데다 평균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이 89%로 전국 평균(92.5%)보다 낮은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강진군의 국도에서도 길 한가운데를 걷던 보행자가 차에 치여 숨졌다. [사진 전남경찰청]

지난 1월 강진군의 국도에서도 길 한가운데를 걷던 보행자가 차에 치여 숨졌다. [사진 전남경찰청]

 광주 네 모녀 사고에서 보듯이 보행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당시 이들 모녀는 차들이 양보 없이 달리는 탓에 미처 길을 건너지 못하고 횡단보도 가운데에 서 있었다고 한다. 사고 전에 양보해주는 차량이 있었다면 참극을 피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교통안전공단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실험한 결과,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고 할 때 차량이 멈춰선 경우는 10번에 한 번꼴 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보행자 안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정부가 더 강력한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이달 17일부터 도심부의 차량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60㎞에서 50㎞로 낮추고, 주택가 등은 시속 30㎞로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

 올 상반기 중에 도로교통법도 개정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도 운전자에게 일시 정지 의무를 부여키로 했다. 또 교차로에서 차량이 우회전할 때도 일시 정지토록할 방침이다.

 권용복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선 법과 관련 규정 정비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와 보행자의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서로 안전규정을 충실히 지킬 때 교통안전이 한결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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