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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규제했더니…이제 '음주 방송'에 눈 돌린 中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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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식량 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에선 대대적인 '음식 낭비 줄이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먹방 콘텐츠를 게재할 경우 최대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음식 낭비 금지법' 초안을 공개했으며, 관영 매체는 음식 먹방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먹방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먹방

현지 소셜미디어 회사들도 吃播(츠보·먹는 방송), '라이브 먹방'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경고문이 뜨도록 조처를 했다. 이러한 당국의 규제에 먹방 인기는 점차 사그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喝播(허보어)' 방송이 출현했다.

중국 음주 방송

중국 음주 방송

허보어, 이른바 음주 방송이다. 물이나 음료를 마시는 게 아니다. 한 번에 대량의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음주 능력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올해 초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抖音), 콰이서우(快手), 비리비리(哔哩哔哩) 에선 허보어 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서 인기 영상 순위에도 오르고 있다.

음주방송을 하는 중국 왕홍.

음주방송을 하는 중국 왕홍.

방식은 먹방과 비슷하다. 왕홍(網紅)들은 라이브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을 하며 술을 마신다. 인기가 많은 왕홍들은 2~3일에 한 번꼴로 술을 마시며 시청자와 소통한다. 과할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던 먹방과 달리 적당량의 안주와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거나 아예 안주 없이 수십 병의 맥주를 마신다.

500mL 페트병에 고량주를 옮겨 담아 한 번에 마시거나, 맥주 10병을 순식간에 마시는 이들도 있다. ‘취하지 않고 배부르게 마시기’,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젊어진다' 같은 영상을 게재하고, 주류와 식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일부 왕홍은 실제 술임을 인증하기 위해 술에 불을 붙이기도 한다. 이들이 받는 '좋아요'의 수는 순식간에 1만 개가 넘어간다.

음주방송 왕홍의 주류 판매 사이트. /진짜 술임을 인증하기 위해 술에 불을 붙이는 왕홍.

음주방송 왕홍의 주류 판매 사이트. /진짜 술임을 인증하기 위해 술에 불을 붙이는 왕홍.

문제는 이 같은 방송 내용에 부적절한 부분이 많은 데다가, 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 인증 절차 없이 해당 영상을 접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모든 장면이 노출된다. 일부 동영상 플랫폼에선 "위험한 영상, 모방 금지" 등 위험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지만, 그 이후의 관리·감독 조치는 없었다.

중국 언론에선 과도한 음주는 건강상의 문제는 물론이고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여성은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 음주방송을 하는 왕홍. 하단에 경고 메시지가 뜨는 모습.

한 음주방송을 하는 왕홍. 하단에 경고 메시지가 뜨는 모습.

영상 콘텐츠의 전체적인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법대 전파법연구중심의 주웨이 부주임은 “사용자의 취향을 기준으로 삼는 영상 플랫폼들의 알고리즘도 문제”라며 “일부 심각한 내용을 배제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정이득 감시 단체인 CCDI는 “폭음 방송과 같은 행동은 사람들의 신체 건강을 해치고 음식 낭비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추악한 사고방식을 조장하고 업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심각하게 해친다”며 처벌 강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음주방송을 하는 중국 왕홍.

음주방송을 하는 중국 왕홍.

지난 8일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抖音)은 향후 '음주 방송'영상이나 생방송 관련 콘텐츠가 발견되면 즉시 삭제할 것이며, 사용자에게 추천하지 않거나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우인에 따르면 16,427건의 음주 관련 영상이 게재되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콰이서우(快手)역시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동영상 삭제, 계정 차단 등의 처벌을 받게된다”고 밝혔다. 콰이서우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총 1,826개의 음주 영상이 삭제됐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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