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못오는 길, 벽화만···” 吳에 거세진 도시재생 해제 요구

중앙일보

입력 2021.04.14 05:00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도심 낙후 지역을 개선·보존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도시재생사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시재생지가 수년간 번번이 공공·민간 재개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이 환경이 더 낙후했고, 서울 내 다른 지역의 아파트값은 급등하는 등 격차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도시재생, 행복추구권·재산권 침해”

지난 2017년 8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노후주택이 밀집돼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2017년 8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노후주택이 밀집돼 있다. 김경록 기자.

13일 도시재생해제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9일 도시재생 반대성명과 구체적인 지역별 실태 보고서 등을 오세훈 서울시장과 각 구청, 구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시재생의 원래 취지인 지역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등은 오히려 퇴색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해제연대에 참가한 지역은 서울 창신·숭인·동자·서계·자양4동과 장위11, 수색14, 구로1, 신림4구역, 일원동 대청마을, 경기 성남시 태평2·4동, 수진2동 등 총 12곳이다.

구로2동 일부 주민들은 청원서를 통해 “과거 구로공단이 첨단디지털 단지로 바뀌었지만, 주거시설은 30~50년 전 모습 그대로”라며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대형 화재사고 위험이 도사린다”고 호소했다. 관악구 신림4구역 주민들도 도시재생사업 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뉴타운으로 개발된 신림1,2,3구역과 달리 4구역만 재개발에서 해제됐다”며 “도시재생사업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 싶지않은 주민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행복추구권,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개발 막힌 사이 타지역과 격차 더 커져”

지난달 29일 서울, 성남시 12개 도시재생지역 주민들이 모인 도시재생해제연대 관계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재개발 후보 제외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성남시 12개 도시재생지역 주민들이 모인 도시재생해제연대 관계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재개발 후보 제외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강대선 창신동 공공재개발추진위원장은 “도시재생 사업이 삶의 질 향상, 지역균형발전, 일자리 창출이라는 도시재생 목적과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도시재생으로) 다른 지역과 격차가 더 커져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며 “고령 인구만 늘고 경제 주축인 청년 인구는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지역 인구도 2014년보다 16% 줄었다”고 했다.

도시재생 과정에 대한 문제도 짚었다. 강 위원장은 “도시재생을 위한 주민협의체는 겨우 수십 명 혹은 100여명 남짓으로 대표성이 검증되지 않은 조직”이라며 “실제로 창신·숭인 주민 3만1000명 중 주민협의체는 0.6%인 196명에 불과하고, 기존 (완전 철거방식의) 뉴타운 해제에 찬성한 사람도 372명뿐이어서 나머지 주민 수천 명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세력 준동” 우려 목소리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해제연대는 도시재생 대신 공공·민간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여러 차례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수이자 실패는 ‘벽화 그리기’로 대변되는 도시재생사업”이라며 “주택공급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위주가 돼야한다”고 강조한 만큼 도시재생본부의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창신동, 서계동 등 일부 지역은 ‘이미 공공재정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지난 2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 과정에서부터 제외돼 주민 불안이 크다. 특히 일부 지역은 재개발 반대위원회가 “소수의 외부 투기세력이 준동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도 서울시에 개진한 상황이다. 기존 주민이 내쫓기는 이른바 ‘둥지 내몰림’ 등 기존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개발형 도시재생’ 등 재개발 가능성 열려있어

2025년 상반기 완공되는 백사마을 재개발 후 상상도. [서울시]

2025년 상반기 완공되는 백사마을 재개발 후 상상도. [서울시]

서울시는 일단 도시재생구역의 공공재개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6조(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공공시행자) 1항 요건을 충족하면 공공재개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며 “재개발사업의 시행자 지위를 박탈하는 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노원구 백사마을(중계본동 104번지 일대)의 경우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결합한 ‘개발형 도시재생사업’이라는 형태로 내년 착공에 들어가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재개발 방식도 열려있다. 백사마을은 2025년 상반기까지 공동주택 1953가구, 공공임대주택 484가구 등 총 2437가구가 들어선다.

이진형 서울시 주택기획국장은 “과거 전면철거 방식의 재개발이 가져온 문제를 극복하면서 과거 삶의 흔적도 보존하는 방식도 논의할 수 있다”며 “재생이 개발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은 오해이며, 침체한 지역을 살리자는 큰 취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도 지난 12일 첫 업무보고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강조하면서도 (토지거래허가제 등) 투기방지책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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