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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선희의 문화 예술 톡

인공 지능과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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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팬데믹이 앞당긴 온라인상에서의 삶이 급속도로 확장됨에 따라 앞으로 미술계가 맞이할 미래 세계를 그려보게 된다. 디지털을 비롯한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적극 이용한 예술 창작이 앞으로 미술계가 나아갈 새로운 판도를 제시하고 있는 오늘날 창작의 영역으로 불쑥 들어온 인공 지능(AI)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인공 지능은 예술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찬반 논쟁에 앞서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오비어스 작가 그룹이 AI를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 에드몬드 드 벨라미(2018년작)의 초상.

오비어스 작가 그룹이 AI를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 에드몬드 드 벨라미(2018년작)의 초상.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프랑스 예술가 그룹 오비어스(Obviou)가 AI를 이용해서 만든 회화 작품이 4억8000만원에 팔렸다. 이 경매 이전에도 이미 AI 예술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었지만, 실제 AI가 창작한 그림이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회사를 통해 최초로 공개 경매가 되자 전 세계의 컬렉터들은 마치 이 작품의 소유로 역사의 한 조각을 손에 넣기라도 하듯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에드몬드 드 벨라미’의 초상이라는 이 그림은 오비어스 작가 그룹이 입력한 그림 1만5000개의 데이터를 학습한 후 AI가 실행한 알고리즘에 의해 창조되었다.

언뜻 보면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초상화를 모방한 듯 보이는 이 작품을 예술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그저 성능 좋은 기계가 인간의 예술을 모방한 것에 그친 것으로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겨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디렉트한 오비어스 작가 그룹이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창조한 예술가들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관대하였다. AI의 역할을 ‘도구’이상으로 인정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보다는 한층 더 AI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중학생 딸아이에게 AI도 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한마디로 아니라고 대답한다. 왜 그리 생각하냐 물으니 인공지능은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 한다. 이처럼 영혼도 정신 세계도, 하다못해 온전한 몸체도 없는 기계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AI가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학습하여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다 해도 이는 그저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 감정’에 머무를 것이고 인간들은 예술의 영역에서 만큼은 이 인위적인 감성이 창작의 영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기계가 인간의 마지막 보루인 ‘정신 세계’를 침범하는 위협이 될 것이기에. 하지만 누군가가 ‘예술에는 꼭 인간의 영혼에서 오는 영감이 필요한가?’ ‘AI가 만든 예술을 보며 감동을 받으면 그것이 예술이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또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인공 지능에게 정답을 묻고 싶다.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