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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혼자 키우면 발달 뒤처진다? 편견 확 뒤집는 깜짝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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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화목하지 않다면 아이에게 꼭 부모 모두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혼·사별·이혼·조손가구 등 한부모와 아빠·엄마가 모두 있는 양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을 약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한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발달이 뒤처질 것이란 편견을 뒤집는 내용이라 더 주목된다.

한부모 아동, 주의집중 오히려 더 높아져

KDI 한부모 가족과 양부모 가족 아동발달 연구. 한국개발연구원

KDI 한부모 가족과 양부모 가족 아동발달 연구. 한국개발연구원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발간한 ‘KDI 정책포럼’의 ‘양부모 가족에서 한부모 가족으로의 가족 유형 변화와 아동의 발달’에서 한부모와 양부모 가족의 자녀는 발달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연구는 초등학교 4학년인 한부모 가족 아동(53명)과 양부모 가족 아동(203명)을 고등학교 1학년까지 관찰한 결과다.

김 연구위원은 부모의 수 차이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소득·부모 학력 등 다른 환경은 유사한 한부모와 양부모 가정을 찾아 서로 비교하는 방식을 택했다. 발달 변화는 총 9가지 항목(건강·학습습관·정서 문제·자아존중감·삶의 만족도·또래 애착·학교 적응·공동체 의식·다문화 수용)을 동일한 문답으로 설문 조사했다.

조사결과 발달 9가지 항목 중 7가지(건강·자아존중감·삶의 만족도·또래 애착·학교 적응·공동체 의식·다문화 수용)에서 두 유형의 가족 자녀에게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서 문제 항목 중 주의집중은 한부모 가정 아이가 양부모 가정 아이 평균보다 14.4% 더 높았다. 이는 부부싸움이 사라지는 등 가정 분위기가 개선된 것과 관련이 깊다. 김인경 연구위원은 “주의집중의 경우 아동이 한부모가족이 되면서 고질적인 부모 갈등에서 벗어나 애정을 지닌 보호자와 함께 살면서 개선됐을 수 있다”며 “부모가 심각하고 반복적인 갈등을 겪더라도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좋다는 통상적 인식과 다른 결과”라고 밝혔다.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양부모에서 한부모로 바뀐 아동의 경우 비슷한 환경의 다른 양부모 아동보다 보호자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8.8% 감소했다. 부모가 가 심각한 갈등을 겪더라도 “아이를 봐서 참고 살아라”고 했던 과거 통념이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학습습관에서 학업 시간 관리 역량만 한부모 가정 아이가 비슷한 환경의 양부모 가정 아이 평균보다 8.5% 정도 낮게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우려와 달리 한부모 가족으로 가족 유형 변화가 아동 발달상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었다”면서 “다만, 학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부모가 오히려 양육 태도 좋아

또 양부모일 때보다 한부모일 때 보호자 양육 태도도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실제 조사 대상이었던 한부모 가족은 김 연구위원과 인터뷰에서 “(한부모가 된 후) 나부터 변해야 해서 케이블TV 끊고, 정규방송만 나오게 하고 아이 공부환경에 많이 신경 썼다. 나도 인터넷이나 TV 보는 시간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한부모가 되면서 지게 되는 과도한 가사부담은 아이들 학습관리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역시 조사 대상 한부모 가족은 “집에 오면 가사일에 시간이 부족하고, 그러면 집이 엉망인 데 그거를 다 아이들에게, ‘너는 이거 하라’고 계속 얘기를 했다. 아이들 챙기지 못하다 보니 사회 부적응 상태가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부모 과도한 가사부담은 부모 역할 수행 및 역량 증진에 시간적인 제약이 되므로 가족을 위한 가사지원 서비스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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