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업현장 연구인력 부족…"파·방·인 석사 유학생 활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4.13 10:55

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올 2월 졸업식에서 학위모를 던지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올 2월 졸업식에서 학위모를 던지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기업과 산학협동 현장의 이공계 석사급 연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활용하고 이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서

13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로부터 본지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박사급 유학생의 경우 취업과 채용 등 수급에 큰 문제가 없는 편이지만, 주로 지방과 중소기업에 필요한 석사급 연구원의 인재난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체 수요를 석사 학위자의 취업과 연계하는 노력과 함께 이들의 진로를 추적할 수 있는 인력정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2019년 기준으로 약 9만5000명이다. 이중 석사과정에 2만3000명, 박사과정에 1만명이 재학 중이다. 그런데 이공계의 경우 석사과정 유학생이 4200명으로 4500명인 박사과정보다 적었다. 외국인 유학생은 전체적으로 중국과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수요가 많은 이공계 대학원의 경우 파키스탄·인도·방글라데시 출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문제는 유학생들이 학위 취득 이후 한국 내 취업보다는 본국 귀국을 더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조사 결과, 한국 취업을 계획하는 비율은 12%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지방 대학의 경우 국내 기업 취업 희망 비중이 가장 낮아, 산업체가 많은 지방에서 인재 유치가 더욱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추천을 부탁하는 기업 역시 주로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다. 낮은 인건비를 주고도 한국인과 비교해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한국인과 동등한 임금 수준을 원하고, 중소기업보단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고 있어 서로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 과정 유학생은 학부생보다 불법 체류의 문제는 크지 않았다.

박기범 STEPI 선임연구위원은 ”학부와 대학원, 이공계와 비이공계를 구분하고 기업 수요를 고려한 현실적인 유학생 연구 인력 정책이 중요하다“며 ”이들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계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학협동 등 연구개발(R&D) 수요의 증가와 한국인 대학원 진학 감소에 따라 기업체의 이공계 외국인 대학원생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심각한 수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의무화 도입으로 유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도 새로운 변수다. 보건복지부는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출신국 혹은 민간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당근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을 국내 산업 현장으로 흡수하기 위해 체류 비자 등을 취업과 연계하는 방법이다. 이미 일본·캐나다·호주 등은 산업 현장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석사 학위 취득 이후 최대 24개월까지 체류 비자를 연장해주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취업 문제는 국내 청년 실업 등과 엮여 있는 예민한 주제지만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자문회의 안건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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