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퍼로또' LH공공택지, 절반은 5개건설사 싹쓸이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12 17:27

업데이트 2021.04.13 18:06

한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머쥘 수 있어 '수퍼로또'로 불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를 최근 21개월간 5개 중견건설사가 절반가량 '싹쓸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1개월치 분석 결과 80개 중 37개
수백대 1 경쟁률 속 5개 건설사가 차지
우미·호반·중흥·제일·라인건설 순
'벌떼 입찰'막겠다 했지만 쏠림 더 심해

'벌떼 입찰(위장 계열사를 대거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란 불공정 행위로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후 국토교통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5개 건설사 쏠림현상은 당시 30%(10개년 평균)에서 최근 46%로 훨씬 더 커졌다. 최근 21개월간 공공택지 입찰 경쟁률은 최고 300대 1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광주·전남 기반 5대 건설사 낙찰 비중 46% 

검단신도시 우미린 파크뷰 조감도. 우미건설

검단신도시 우미린 파크뷰 조감도. 우미건설

중앙일보가 12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국회 국토교통위)을 통해 입수한 'LH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입찰 참여업체 현황(2019년 6월 30일 ~ 2021년 3월 31일)'을 분석한 결과 우미·호반·중흥·제일·라인 등 5개 건설사(그룹)가 수십 개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입찰로 전체 80개 아파트 용지 가운데 37개(46.3%)를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상위 5개사는 모두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고 호황을 누린 아파트 분양 경기를 타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이다.

이 가운데 '우미린' 이란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우미그룹(지주사 우미개발)이 낙찰받는 필지가 12곳(1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반(9곳·11.3%), 중흥(7곳·8.8%), 제일(5곳·6.3%), 라인(4곳·5%) 순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상위 5개사의 이름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전체 473개 아파트용 공공택지 가운데 중흥은 47개(9.9%), 호반 44개(9.3%), 우미 22개(4.7%), 반도 18개(3.8%), 제일 11개(2.3%) 순으로 쓸어갔다.

신도시 아파트 8곳 중 1곳은 '우미린' 

LH 공공택지 절반 쓸어간 상위 5개 건설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LH 공공택지 절반 쓸어간 상위 5개 건설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우미는 한빛건설, 전승건설, 심우건설, 청우건설, 우미종합건설 등 관계사를 동원해 조사 기간 가장 많은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321대1)을 보인 파주운정3지구 A21 구역(2만4698㎡)을 관계사인 한빛건설이 가져갔다. 한빛건설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9억3483만원이고 영업손실이 5억3974만원인 부실회사다.

경실련은 2019년에 이전 10년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낙찰건수 상위 5개사가 102개 필지에서 6조2813억원의 분양수익을 내 한 필지당 615억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2019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열기가 더 뜨거워졌음을 감안할 때 이후 상위 5개 건설사가 LH공공택지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미그룹 모태인 우미건설은 지난해 8210억원 매출액에 1481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 18%를 기록했다. 중흥건설도 지난해 15%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중흥건설의 경우 계열사인 중흥토건의 매출액이 지난해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이 3.2%에 그쳤음을 감안할 때 업계 최상위 건설사를 훨씬 능가하는 높은 수익률이다.

반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은 꾸준히 공공택지 입찰에 나서고 있지만 조사 기간 한 번도 낙찰받지 못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편법을 동원한 일부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싹쓸이하면서 정당하게 추첨에 참여한 회사들은 들러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벌떼입찰' 지적당하고도 두 손 놓은 국토부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9년 국회 국토교통위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자 국토부는 이후 두 차례나 법을 바꿨다. 하지만 실상은 특정 건설사의 '벌떼입찰' 낙찰률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

김현미 전 장관 시절인 지난해 초 국토부는 '택지개발촉진법 및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하지만 당시 '벌떼입찰'을 막을 수 있는 핵심 방법으로 제시한 ▶주택건설 실적 요건 300가구에서 700가구로 상향하고 ▶입찰한 건설사에 대한 신용평가등급 요구안 등이 시행 과정에서 사라졌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특정 건설사의 행태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시행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주택건설사업자의 ‘임대주택 건설계획’ ‘이익공유 정도’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법이 지난 1월 입법 예고된 이후에도 계열사를 동원한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벌떼입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기존과 같은 추첨제는 일부 유지된다. 국토부 공공택지관리과 관계자는 "현재 추첨 방식 70%, 평가 방식 30%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입찰 방법을 도입하고 있고, 추첨제 비중도 점차 줄여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언석 의원은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앞둔 만큼 정부는 특정 업체들이 택지를 싹쓸이하지 못하도록 입찰 제도들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