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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 줘야할 SK 2조원 어떻게···미국 공장의 10년치 영업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LG와 SK 간 배터리 합의를 이끌어 냈다. EPA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LG와 SK 간 배터리 합의를 이끌어 냈다. EPA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의 배터리 분쟁이 SK가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SK가 어떤 방식으로 2조원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는 713일을 끌어온 소송전을 끝내면서 500자 남짓한 합의문만 공개했을뿐 2조원의 지급 방식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1조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1조원은 SK이노베이션의 미 전기차 배터리 매출에 연동해 지급한다는 것만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지분 매각으로 현금 확보

12일 배터리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을 마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윤활유 사업 부문인 SK루브리컨츠 매각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지분 49%를 매각할 예정인데 매각 대금은 2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여기에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 IET의 기업공개도 추진하고 있어 1조원의 현금을 마련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과 SK IET 상장 등을 통해 2조원 내외의 현금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2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이 SK이노베이션에 적잖은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우선 배터리 사업이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매출은 1조6102억원, 영업이익은 426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할 수 있는 합의금의 최고액으로 5000억원~1조원 정도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동 후 영업이익 전망 시나리오 등을 반영한 수치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 배터리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 배터리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재계와 배터리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향후 10년간 가동해야 영업이익 2조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가 요원하던 지난해 초부터 SK이노베이션 안팎에서 미 조지아 공장 유럽 이전설이 나온 배경에도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기존 조지아 공장 건설비 3조원에 2조원이 더해져 5조원짜리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이라며 “흑자 전환 속도는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경쟁 가속화

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은 SK이노베이션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에게도 고민 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저가 수주가 이어지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삼성SDI도 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부지 물색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온다. 손 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지난 1월 말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유럽 프로젝트 비중이 높아 당분간은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대응한다”며 “해외 신규 생산 거점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생산 거점은 미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다.

LG·SK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LG·SK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를 두고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배터리 시장의 경쟁 격화로 저가 수주가 이어지면 한국 기업 간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으로 변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대 해석도 있다. 한국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이 신규 전기차 배터리 수주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파나소닉과 테슬라의 조인트 벤처 공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 배터리 기업의 독무대”라며 “미국 내 공장 보유가 신규 수주와 공장 증설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배터리 기업도 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손잡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파나소닉은 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향후 미 양산차 기업으로 공급망 확대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의 부재는 한국 기업에 호재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 CATL은 2019년부터 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출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있지만, 미·중 갈등의 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CATL은 미국 대신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SK 간 합의는 K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서 긍정적”이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중·일 배터리 기업간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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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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