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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시대 거스른 찐경규 "40년 잡음 없는 비결? 나대지 말자 다짐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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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개그맨 이경규.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는 디지털 예능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9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개그맨 이경규.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는 디지털 예능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경규(61)의 첫 디지털 도전 ‘찐경규’(카카오TV)의 기세가 만만찮다. 7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4000만회를 넘겼다. 지난해 9월 카카오TV 오리지널로 첫 론칭한 11개 콘텐트 중 휴방 없이 계속된 프로그램은 ‘찐경규’가 유일하다.
‘찐경규’는 이름 그대로 ‘진짜 이경규’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부캐 전성시대를 거스르는 정공법을 택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모르모트 PD’로 얼굴을 알렸던 권해봄(35) PD와 호흡을 맞춰 수중 화보 촬영, 브레이브걸스 커버댄스 등 매회 새로운 ‘1인 무한도전’을 펼친다. 데뷔 40년, 디지털까지 무대를 확장 중인 이경규를 지난 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티키타카’ 콤비 권 PD와 함께였다.

'찐경규'의 이경규와 권해봄 PD가 9일 인터뷰를 마친 뒤 카페의 거울 문을 활용해 사진을 찍었다. '찐경규'에서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주는 두 사람은 어쩐지 얼굴도 닮은 듯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찐경규'의 이경규와 권해봄 PD가 9일 인터뷰를 마친 뒤 카페의 거울 문을 활용해 사진을 찍었다. '찐경규'에서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주는 두 사람은 어쩐지 얼굴도 닮은 듯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디지털 플랫폼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1, 2년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놔야 ‘무병장수’할 수 있다. 2019년엔 ‘신상출시 편스토랑’과 ‘개는 훌륭하다’를 시작해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올해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차 제안을 받았다. 카카오TV의 오윤환 제작총괄과는 MBCㆍJTBC 때부터 함께 작업을 많이 했다. PD와 둘이 출연해 티격태격하는 프로그램을 한번 해보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오 총괄이 카카오TV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모바일 예능으로 하게됐다. 평소에도 유튜브를 많이 봐서 모바일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간의 ‘찐경규’ 성과에 대해 이경규는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재미있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더라”면서다. 다만 “아직 카카오TV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만큼 시청층이 확장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 “지상파나 종편에서 했으면 크게 터뜨릴 수 있었는데”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찐경규’는 이경규의 첫 디지털 예능인 동시에 권 PD의 첫 메인 연출작이다. 권 PD는 “‘이경규가 간다’의 ‘양심냉장고’를 보면서 PD의 꿈을 키웠다. 이경규 선배님과 함께 한다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걱정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래 젊은 연예인과 하는 것보다 버거울 것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초반엔 어색하고 어렵기도 했는데 자주 만나고 술자리도 하면서 편해졌다.”

카카오TV '찐경규'. 수중 촬영에 도전한 장면이다. [사진 카카오TV]

카카오TV '찐경규'. 수중 촬영에 도전한 장면이다. [사진 카카오TV]

카카오TV '찐경규'. 딸 이예림과 함께 출연했다. [방송 캡처]

카카오TV '찐경규'. 딸 이예림과 함께 출연했다. [방송 캡처]

카카오TV '찐경규'에 출연한 권해봄 PD. 이경규와 마치 '톰과 제리' 같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방송 캡처]

카카오TV '찐경규'에 출연한 권해봄 PD. 이경규와 마치 '톰과 제리' 같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방송 캡처]

‘찐경규’는 이경규 구석구석을 콘텐트로 활용한다. 이윤석ㆍ박명수ㆍ장도연ㆍ탁재훈 등 친한 후배들을 게스트로 등장시켰고, 지난 연말 KBS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에 실패하는 모습까지 배꼽 빠지는 ‘웃긴 일’로 만들어냈다. 딸 이예림과 함께 출연한 ‘취중찐담’ 편에선 “너의 비빌 언덕은 아빠다. 마음껏 비벼야 한다”며 뭉클한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버럭 화 내는’ 캐릭터는 ‘찐경규’ 웃음의 핵심이다. “방송에서 화내는 모습이 완전히 꾸며낸 모습은 아니지만 무섭진 않다”는 권 PD의 말에 이경규는 “짖기만 하지 물지는 않는다”며 장단을 맞췄다.

개그맨다운 대답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용왕의 아들 with 맥심’편에서 이경규는 깊이 5미터의 대형 수조에 잠수해 수중 촬영을 했다. 환갑을 넘긴 그가 산소 공급 호스마저 떼고 수압을 견뎌가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촬영팀 주문에 따라 포즈를 취했다. 화내기는커녕 싫은 기색 하나 없었던 당시 방송이 화제가 됐던 바. 이에 대해 그는 “개를 훈련시킬 때 물 속에 집어넣으면 절대 물지 않는다. 자기가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꼼짝 못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을 개에 비유하며 웃음을 끌어냈다.

'찐경규'의 권해봄 PD. "코로나가 진정되면 미국의 코난 오브라이언, 일본의 아카시아 산마, 홍콩의 주성치 등 다른 나라의 '예능 대부'와 이경규 선배님의 만남을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찐경규'의 권해봄 PD. "코로나가 진정되면 미국의 코난 오브라이언, 일본의 아카시아 산마, 홍콩의 주성치 등 다른 나라의 '예능 대부'와 이경규 선배님의 만남을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권 PD는 이경규의 ‘얼빠’ 성향도 방송에서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차은우ㆍ로운 등 선배님이 사랑하는 얼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싶다. 특히 방탄소년단 진과의 만남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신다”고 말했다.

올해는 이경규의 데뷔 40주년을 맞은 해다.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힐링캠프’ 등을 거치며 4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유재석ㆍ이승기 류의 ‘바른생활’ 이미지가 아닌데도 40년 동안 별다른 구설수나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다.

40년 동안 기복 없이, 잡음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한 주 한 주 메꾸면서 살아온 것 같다. ‘나대지 말자’는 게 소신이다. 섣불리 세상에 대해 글을 올린다든지 생각ㆍ시각을 드러낸다든지 하지 말자는 거다. 제일 조심하는 건 음주운전이다. 내가 ‘양심냉장고’를 했기 때문에 정말 절대 안된다. 술 약속은 집 근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서만 잡는다. 고등학교 때 육교 위에 걸려있던 표어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에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게 살려고 한다.”  
카카오TV '찐경규'. EBS '펭수'와 콜라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경규는 "웃음은 배고픔 같아서 세대 구별이 없다. 할아버지가 웃는 일에 아이들도 웃는다"고 말했다. [사진 카카오TV]

카카오TV '찐경규'. EBS '펭수'와 콜라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경규는 "웃음은 배고픔 같아서 세대 구별이 없다. 할아버지가 웃는 일에 아이들도 웃는다"고 말했다. [사진 카카오TV]

카카오TV '찐경규'. 브레이브 걸스에게 직접 '롤린' 댄스를 배우는 장면. 이경규의 아이디어에 따라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오마주한 의상과 분장으로 재미를 더했다. [방송 캡처]

카카오TV '찐경규'. 브레이브 걸스에게 직접 '롤린' 댄스를 배우는 장면. 이경규의 아이디어에 따라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오마주한 의상과 분장으로 재미를 더했다. [방송 캡처]

권 PD는 이경규의 롱런 비결을 ‘감’과 ‘자기절제’에서 찾았다. “웃음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하다. 제작진 입장에서 어떤 아이템을 해도 선배님이 살려주실 거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 ‘감’을 유지하기 위해 이경규는 “TV를 많이 본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구석구석 다 찾아보고, 드라마도 10분씩은 꼭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일중독”이라고 인정했다.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해보려했던 해외 투어공연은 코로나19 여파로 실현되지 못했다. “2017년에 미국 LA에서 코미디 토크쇼를 했는데 교민들이 정말 좋아하셨다. 코로나 가라앉으면 전세계를 다니며 투어 공연을 하고 저녁에는 교민 집에서 자면서 애환을 들어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결같은 꿈, 영화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엔 시나리오 두세 개가 나올 것 같다”면서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영화에 담아 극장에 걸었을 때의 희열을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작 ‘전국노래자랑’에서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다음 작품에선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는 사람들을 그릴 계획이다. 그 역시 “나도 코미디를 진짜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끝’은 “말을 못하게 될 때”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 ‘75세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하더라. 그 나이까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웃음을 준다는 게 정말 즐겁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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