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사람 몸 대신 손가락으로 선보이는 K팝 커버댄스 따라잡기

중앙일보

입력 2021.04.12 09:00

왼쪽부터 조하나 학생모델·노윤채·추유진 학생기자가 손가락 춤 전문 크리에이터 ‘소니토비’의 손 분장을 따라한 뒤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조하나 학생모델·노윤채·추유진 학생기자가 손가락 춤 전문 크리에이터 ‘소니토비’의 손 분장을 따라한 뒤 포즈를 취했다.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10대의 놀이터가 된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의 수익이 공개되면서 유튜브 붐이 불었고, 일반인은 물론 배우·모델·개그맨까지 너도나도 유튜브에 뛰어들었어요. 누구나 큰 인기와 수익을 노리고 유튜브를 시작하지만,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유튜브 시장은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와 개성 있는 콘텐트가 넘쳐나는 레드오션(잘 알려져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이기 때문이죠. 전쟁 같은 유튜브 시장에서 어린 나이임에도 독보적인 콘텐트로 살아남은 학생 크리에이터가 있어요. 손가락 춤(핑거댄스) 전문 크리에이터 ‘소니토비(SonyToby)’입니다. 고등학생 쌍둥이 자매가 만든 소니토비는 구독자 71만 명(2021년 4월 기준), 최고 인기 동영상 조회 수가 914만 회에 육박하는 스타 채널이죠.

방탄소년단 ‘Dynamite’ MV.

방탄소년단 ‘Dynamite’ MV.

해외 구독자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방탄소년단 ‘Dynamite’ 커버 영상. 멤버 RM의 하늘색 머리를 그대로 재연했다.

해외 구독자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방탄소년단 ‘Dynamite’ 커버 영상. 멤버 RM의 하늘색 머리를 그대로 재연했다.

손가락 춤이 뭐길래 이렇게 인기일까요. 팔다리와 몸을 율동적으로 움직이는 춤은 발레·재즈 댄스·스트릿 댄스·아이돌 댄스 등 음악·목적·시대에 따라 수천 가지가 있죠. 반드시 신체의 모든 부분을 활용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리를 이용해 제자리에서 뜀박질하는 ‘포고’, 신발을 바닥에 부딪혀 소리 내는 ‘탭 댄스’도 춤의 한 장르죠. 소니토비의 손가락 춤은 손에 눈·입·무대 의상 등을 그려 의인화하고, 노래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는 콘텐트예요. 주로 K팝과 인기 팝송에 맞춰 춤추는데 실제 인물을 쏙 빼닮은 유연한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죠. 각각 ‘소니’ ‘토비’라고 불리는 두 캐릭터의 이름은 ‘손톱’에서 한 글자씩 딴 거라고 해요.

은박·금박 끈, 천연 이끼, 마스킹 테이프, 매직펜만 있으면 누구나 ‘소니토비’ 같은 손가락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깜찍한 표정과 의상으로 중무장한 소중 학생기자단의 손가락 캐릭터들.

은박·금박 끈, 천연 이끼, 마스킹 테이프, 매직펜만 있으면 누구나 ‘소니토비’ 같은 손가락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깜찍한 표정과 의상으로 중무장한 소중 학생기자단의 손가락 캐릭터들.

처음부터 ‘대박’이 터진 건 아닙니다. 2016년 처음 올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뱅뱅뱅’ 손가락 춤 커버 영상은 다소 산만한 배경에 촬영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죠. 하지만 특유의 세밀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마마무 ‘넌 is 뭔들’, 방탄소년단 ‘불타오르네’ 등 영상의 조회 수가 늘며 인기 채널로 발돋움했습니다. 다른 크리에이터와 차별화된 소니토비만의 콘텐트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학생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궁금증을 안고 노윤채 학생기자·조하나 학생모델·추유진 학생기자가 소니토비를 e메일로 만났습니다.

손가락 춤 커버 영상을 찍고 있는 고등학생 쌍둥이 자매 ‘소니토비’의 모습. 영상 기획부터 촬영·편집까지 두 자매가 직접 한다. ‘소니토비’ 제공.

손가락 춤 커버 영상을 찍고 있는 고등학생 쌍둥이 자매 ‘소니토비’의 모습. 영상 기획부터 촬영·편집까지 두 자매가 직접 한다. ‘소니토비’ 제공.

윤채: 손가락으로 춤추는 재능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나요.

소니: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종종 손가락 춤을 추곤 했죠. 저희끼리 즐기다가 6학년 때 재미 삼아 유튜브에 손가락 춤 영상을 올렸어요. 점점 반응이 오더라고요. 신곡이 나올 때마다 커버 영상을 꾸준히 올리다 보니 어느새 크리에이터가 본업처럼 느껴졌고, 지금의 소니토비 채널로 성장했습니다.

하나: 소니토비 영상을 보고 따라 해봤는데, 손가락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유연하고 민첩하게 손가락 춤을 출 수 있나요.

토비: 영상 촬영 전에 안무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게 필수예요. 연습하다 보면 손에 땀이 나고 열이 오르며 한층 유연해진 느낌을 받죠. 따로 손가락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손가락 춤을 잘 추고 싶다면 평소 손을 자주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요. 손이 차가우면 움직임이 뻣뻣해질 수 있으니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고요. 커버 영상 중 소피루비 ‘Twinkle’, 모모랜드 ‘뿜뿜’은 반복 안무가 많고 복잡한 동작이 적어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니, 쉬운 영상부터 따라 하며 연습해보길 바랍니다. 아, 영상에 손바닥 위주로 노출되다 보니 구독자분들이 ‘손이 곱고 예쁘다’ ‘손 관리 하냐’고 묻곤 하시는데, 자세히 보면 자잘한 흉터가 많답니다. 가끔 손에 흉터가 생길 정도로 과격하게 싸우거든요(웃음). 쌍둥이 자매라 어쩔 수 없어요.

‘소니토비’ 제공.

‘소니토비’ 제공.

유진: 한 편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고,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소니:커버하고 싶은 곡이 생기면 뮤직비디오·무대·커버댄스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온종일 안무 연습에 몰두하죠. 특히 포인트 안무는 원곡 안무와 최대한 똑같아 보이게끔 신경 써서 연습합니다. 솔로 영상이 아닌 소니·토비 둘이 합을 맞추는 영상의 경우 촬영에 5시간 이상 소요될 때도 있어요. 콘셉트에 맞춰 손가락 옷과 머리를 준비하는 데도 2시간 넘게 걸리고요. 영상을 찍고 바로 올리는 게 아니라 편집 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1~2분 남짓한 짧은 영상이라 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영상 하나에도 엄청나게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하나: 핑거댄서로서 소니토비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토비: 대부분의 커버 댄스 영상은 ‘사람 몸으로 얼마나 똑같이 춤출 수 있나’가 포인트잖아요. 저희는 몸이 아닌 손가락으로 같은 안무를 표현한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죠. 예전에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한 핑거댄스가 리듬에 맞춰 두 손을 쓴 손가락 춤이었다면, 우리 채널은 손가락을 의인화해 마치 사람처럼 팔다리가 움직이는 형태로 표현한답니다.

블랙핑크 ‘Kill This Love’ 커버 영상은 조회 수 8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머리카락 장식을 시작하기 이전이라 손바닥 위쪽이 비어있다.

블랙핑크 ‘Kill This Love’ 커버 영상은 조회 수 8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머리카락 장식을 시작하기 이전이라 손바닥 위쪽이 비어있다.

브레이브걸스 ‘Rollin’’의 의자 춤을 추는 모습. 의자 위에서 몸을 흔드는 ‘토비’가 뮤직비디오 속 브레이브걸스와 꼭 닮았다.

브레이브걸스 ‘Rollin’’의 의자 춤을 추는 모습. 의자 위에서 몸을 흔드는 ‘토비’가 뮤직비디오 속 브레이브걸스와 꼭 닮았다.

윤채: 가수의 특징을 살린 손가락 분장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소니: 얼굴은 네임펜으로 그려요. 가끔 구독자분들이 ‘건강에 좋지 않다’며 걱정해주시는데, 춤추다 보면 땀 때문에 이목구비가 지워지곤 해 어쩔 수 없죠. 얼굴 화장, 주근깨처럼 세밀한 부분은 가수 사진과 비교하며 최대한 같은 느낌이 나도록 꾸밉니다. 손가락 옷은 인형 옷을 리폼하거나, 그때그때 느낌에 따라 천을 잘라 만들어요. 안 입는 옷이나 자투리 천을 모았다가 촬영할 때 쫙 꺼내놓고 콘셉트에 맞게 사용하죠.

유진: 촬영팀이 따로 있는 크리에이터도 있던데, 모든 영상은 두 분이 직접 만드시나요.

소니:네. 소속사가 있긴 하지만 채널 관리부터 영상 기획, 손가락 춤, 편집, 영상 업로드까지 저희 둘이 직접 해요. 각자 왼손에 소니·토비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어떤 영상이 좋을지 상의하고 합을 맞추며 영상을 만든답니다. 편집은 주로 제가 도맡고, 솔로 댄스 영상 안무는 토비가 담당하죠. 각자 맞는 역할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쌍둥이다 보니 편하게 대화하며 콘텐트를 짤 수 있어 좋아요.

‘소니토비’가 애착이 가는 영상 중 하나로 꼽은 있지 ‘ICY’ 커버 영상. 얇은 실을 하나하나 붙여 멤버 예지와 유나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했다.

‘소니토비’가 애착이 가는 영상 중 하나로 꼽은 있지 ‘ICY’ 커버 영상. 얇은 실을 하나하나 붙여 멤버 예지와 유나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했다.

하나: K팝 관련 춤 영상이 많아서 그런지 해외 구독자도 많더라고요. 앞으로 커버하고 싶은 춤이 있다면요.

토비:여태까지는 K팝 위주로 커버 영상을 찍었는데, 팝송도 조금씩 늘려가고 싶어요. 각 잡힌 안무가 대부분인 K팝과 달리 팝송은 춤이 아예 없거나, 가수가 즉흥적으로 추곤 하죠. 그래서 K팝 댄스 커버 영상을 주로 올렸는데 앞으로는 팝송에 맞춰 안무를 창작해볼 계획이에요. 또, 드라마·영화 같은 영상을 패러디하는 손가락 연기 등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콘텐트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유진: 최애 영상과 그 이유가 궁금해요.

소니: 영상 두 개가 머릿속을 스치는데요. 블랙핑크 리사가 커버한 ‘Swalla’를 재커버한 적 있는데, 이전 영상보다 손·발동작이 많고 섬세한 안무가 주를 이루죠. 그 영상을 계기로 손가락 춤 퀄리티가 확 올라갔기 때문에 애착이 가고요. 있지 ‘ICY’ 영상도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뜨개실을 이용해 손바닥에 붙일 머리카락을 만드는데, 예전에는 뜨개실의 색이 다양하지 않아 바느질할 때 쓰는 얇은 실을 하나하나 붙여 만들었거든요. 오랜 시간 고생해 머리를 완성했을 때 희열이 느껴졌죠. 다른 영상과 비교해보면 ‘ICY’ 커버 영상만 유독 머리카락이 화려하답니다.

현아 ‘I’m Not Cool’ MV.

현아 ‘I’m Not Cool’ MV.

현아의 ‘I’m Not Cool’ 커버 영상은 특유의 통통 튀고 빠른 움직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일부 구독자들은 ‘손가락이 내 몸보다 낫다’며 재치 있는 댓글을 남겼다.

현아의 ‘I’m Not Cool’ 커버 영상은 특유의 통통 튀고 빠른 움직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일부 구독자들은 ‘손가락이 내 몸보다 낫다’며 재치 있는 댓글을 남겼다.

윤채: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가장 행복할 때는요.

토비: 쌍둥이지만 서로 생각이 맞지 않아 가끔 다투거든요. 이럴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순간 행복해요. 아무리 지쳐도 구독자분들이 달아주는 댓글을 읽을 때면 힘든 게 싹 사라지죠. 응원 댓글은 크리에이터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영상을 찍을 때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이전 영상과 다른 소소한 장치를 추가하곤 하는데, 그걸 알아보는 구독자분들이 있더라고요. ‘작은 부분까지 관심을 갖고 시청해주시는구나’ 싶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실제 안무와 똑같이 보이고 싶어 다른 영상보다 더 공들여 연습한 적 있는데, ‘정말 똑같다. 얼마나 연습했을까’라는 댓글을 보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응원 댓글 달아주시는 구독자분께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유진: 크리에이터가 꿈인 소중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소니: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가 돼야지’ 생각한 적은 없어요. 손가락 춤 영상을 올리면서도 ‘과연 사람들이 우리 영상을 볼까’ 하는 어린 마음이 전부였죠. 그런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한 건지 뭔지 마마무 ‘넌 is 뭔들’ 영상 조회 수가 폭발하더군요. 하루 사이에 몇십만 뷰가 올라갔고, 급기야 100만을 뛰어넘었어요. 그때부터 ‘대충 하면 안 되겠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소중 독자들의 마음이 어떨지 알아요. 어떤 콘텐트에 주력할지 감이 잡히지 않고, 영상을 올려도 조회 수는 제자리걸음이니 막막하겠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처음엔 다 그렇다’는 거예요. 첫발을 내디딘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콘텐트에 매진한다면 언젠가 구독자가 알아보는 날이 올 겁니다. 영상 하나만 ‘띡’ 올려놓고 아무런 계획 없이 방치했다면 지금의 소니토비 채널도 없었을 거예요. 방향을 잡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멋진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노윤채(서울 명덕초 5) 학생기자·조하나(서울 반원초 4) 학생모델·추유진(서울 홍대부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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