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얼렁뚱땅 끝낼 일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1.04.12 00:10

업데이트 2021.04.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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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왼쪽 네 번째)과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왼쪽 네 번째)과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9일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기소하면서 사건 수사를 끝냈다. 공소장에 청와대 8개 부서가 개입했다고 적시돼 있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임종석·조국·이광철에게 무혐의 ‘면죄부’
수사·기소·재판 방해 의혹 끝까지 밝혀야

앞서 검찰은 2019년 11월 수사를 착수해 지난해 1월 송철호 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고, 추가 수사에서 기소자는 모두 1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종결은 내용도, 시점도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중대 선거 비리 사건 수사를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 슬그머니 종결했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의 공소장에 35회나 언급된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시장 선거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이 청와대 고위직 인사들에게 섣불리 면죄부를 발급하려 했다면 두고두고 불씨를 남기고 궁극적 책임도 벗기 어려울 것이다.

수사 착수부터 기소 마무리까지 거의 1년5개월이 걸렸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사팀이 ‘청와대 위선’을 수사하려고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학살 검사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켰다.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과 수차례 갈등을 겪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는 지난해 1월 기소 이후 지금껏 공판을 한 번도 열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권력의 지휘로 집요한 수사·기소·재판 방해가 있었다면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자 사건 당사자들이 내놓은 반응은 생뚱맞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의도적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침묵하던 조국 전 민정수석은 ‘이제서야’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기소 마무리로 온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이 아직도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고 여기는 국민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나. 따라서 공이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검찰은 기소 이후에도 진실 규명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미완의 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에서 부정을 저지른 대통령 측근 인사 등이 무려 15명이나 기소된 사건은 그것만으로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의사 출신인 이진석 실장이)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기소돼 유감”이라는 반응을 냈다. 유감 표시로 끝낼 게 아니라 국민 앞에 마땅히 고개 숙여 사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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