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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스마트폰 없어도 ‘돈 워리’…더 건강해진 이 회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녕하세요.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LG전자

초콜릿폰, 프라다폰. 그야말로 전성시대!!(써본 사람은 ㅇㅈ!) 독특한 디자인에 색다른 브랜딩을 입혔으니 인기를 끌 만했죠. 연간 판매량이 1억2000만대에 달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피처폰의 강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옵티머스부터 G·V시리즈, 벨벳에 윙까지 처절한 실패. 노키아보다 모토로라보다 그저 조금 더 버텼을 뿐, 승자가 되긴 부족했죠.

프리미엄 가전 호황에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미래 없는 스마트폰 철수는 합리적 선택
‘새 캐시카우’ 자동차 부품, 올해부터 진격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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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결국 스마트폰(MC) 사업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사실 예정된 결별이었습니다.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23분기 연속 영업적자, 누적 적자액은 5조원대. 위에선 애플과 삼성이 찍어 누르고, 그 사이 샤오미와 화웨이 같은 후발 주자도 멀찍이 도망가 버렸습니다. 글로벌 점유율 1%대. 문제는 미래. 앞으로도 이 구도를 벗어나기 어렵다면? 버리자!

LG전자 MC 부문 매출은 5조2170억원(2020년). 이 큰 사업을 버리는 거니 작은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익을 따져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지난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 3조원대에 올라섰는데 MC는 8400억원가량 적자를 냈죠. 스마트폰이 본전만 했으면 영업이익 4조원 시대도 열었을 겁니다. 앞으로도 적자를 낼 게 확실하다면 일찌감치 버리는 게 나은 거죠.

딱히 큰일도 아닙니다. 회사 전체 매출이 63조원인데 스마트폰 매출이 5조원대니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적어도 LG전자가 스마트폰 회사인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무선 부문의 매출 비중이 40%(약 10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와 다른 점이죠. 그럼 뭐가 핵심일까요? LG하면 역시 가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은 TV와 냉장고·세탁기 같은 생활 가전에서 나오죠. 스마트폰 없어도 괜찮습니다.

매각(마땅히 살 곳이 없기도…)이 아닌 사업 철수기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기술이 당장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LG전자는 4G·5G 관련 특허 2만4000건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래차나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사업과 연결해 계속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MC 부문 투자금+줄어든 적자’를 활용해서 되는 사업에 돈을 몰아주겠다는 것. 장기적으로 건강한 체질 개선입니다.

LG 오브제컬렉션 베스트샵 더현대 서울점. 연합뉴스

LG 오브제컬렉션 베스트샵 더현대 서울점. 연합뉴스

당장은 주력이 제 몫을 해줘야 할 텐데요.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가전이 잘 팔립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이지요. 이른바 보복 소비 수요도 탄탄! 단순 교체도 있지만, 특히 프리미엄 가전이나 초대형 TV를 선호하는 현상이 관측되는데 LG전자는 이미 고급 가전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옛날 골드스타 아님!!)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내놨는데 수치가 놀랍습니다. 매출 18조8057억원, 영업이익 1조5178억원!! 둘 다 분기 단위 역대 최대치입니다. 생활가전(H&A)과 TV 담당인 HE 부문에서 10조원 훌쩍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스팀가전의 인기가 꾸준했고,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 컬렉션’(저도 구매!!)이 잘 팔린 덕분입니다. TV는 올레드(OLED) 같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죠. 많이 팔기도 했지만, 많이 남기기도 한 비결입니다.

일단 실적이 좋다니 반가운 일이지만 TV든 가전이든 아무리 좋아져 봐야 드라마틱한 성장은 힘듭니다. 아무리 좋다고 한들 한 집에 TV나 세탁기를 두 대씩 사진 않으니까요. 가전의 경우 교체 주기도 긴 편. 올해 많이 팔면 내년에 덜 팔릴 수 있습니다. 당장 TV나 가전이 든든한 ‘캐시카우’지만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엔진도 있어야겠죠? 전장부품(VS)이 그 역할을 할 겁니다.

LG전자는 2018년 7월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업체 ‘ZKW’을 인수했습니다. 자동차용 접착제 업체, 차량용 소프트웨어 업체도 연이어 샀습니다. 올해 7월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합작법인(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LG 지분 51%)이 출범합니다. ZKW나 마그나나 모두 앞으로 3~4년 생산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 올해 하반기엔 VS 부문도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겁니다. LG는 이미 자동차 부품 분야의 실력 있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죠.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과 조향 기술은 LG이노텍. LG전자가 동력장치 기술을 가진 마그나(심지어 조립라인도 있음)와 손잡으면서 거의 모든 부품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업체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맘만 먹으면 전기차를 만들어도 될 듯!

자회사인 LG이노텍도 흐름이 좋습니다. 증권가에서 역사적 저평가 구간이란 말도 나올 만큼.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이 주력이죠. 현재
5G 아이폰12 등에 탑재하고 있는데, 이들이 잘 팔리면서 1분기에만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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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스마트폰 철수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건 지난 1월 20일. 14만원이던 주가는 이틀 만에 18만원대로 치고 올라갔죠. 하지만 이내 고꾸라졌고 15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철수 확정,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에도 큰 반응이 없습니다. 장기적으론 손색이 없지만, 주가 측면에선 탄력을 받을 만한 핫이슈가 하나쯤 필요해 보입니다. 인수든 협력이든. (설마 애플?) 스마트폰 철수라는 충격요법을 썼으니 이에 상응하는 카드가 곧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같은 거죠.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예상하지만, 반도체 및 원자재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입니다. 뭐든 만들어 파는 제조업체엔 언제나 재룟값이 중요한 변수죠. 올해 들어 커진 물류비 부담도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겁니다.

결과적으로 6개월 뒤:

‘LG=가전?’ 그 이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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