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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獨소녀 충격 안겼다, 코로나에도 한국 오는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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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네와 홈스테이 가정의 여동생 허주현(9)양은 단짝이 됐다. 사진 말레네 제공

말레네와 홈스테이 가정의 여동생 허주현(9)양은 단짝이 됐다. 사진 말레네 제공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의 문이 굳게 닫혔다. 빗장은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고등학교 교환학생 제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등교수업이 힘든 각 학교가 외국인 학생을 받기 어려워해서다. 그러나 좁아진 문에도 한국 교환학생을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많았다. 2주간의 자가격리와 타국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오고 싶은 아이들. 각양각색 이유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어 사랑’에서 출발한 배서니의 꿈

배서니(가운데)가 대구 성화여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배서니 제공

배서니(가운데)가 대구 성화여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배서니 제공

한국어. 지난해 8월부터 대구에서 공부 중인 미국인 배서니(17·여)의 제1 관심사다. 2018년 K-POP을 처음 접했을 때도 음악보다 가사에 먼저 눈길이 갔다. 한국에서 직접 한국어를 느끼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타국 교환학생 경험이 있던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교환학생에 도전했다. 아직 서툰 한국어지만 그는 외출하면 꼭 서점을 찾는다. 한국어만의 다양한 표현, 조사 등이 녹아있는 책들이 가득한 서점은 그에게 안식처다. 온라인 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나날이지만 국어 시간만 되면 미소를 짓게 된다. 다음 달 한국어능력시험 1급을 앞둔 그는 번역가를 꿈꾼다. 배서니는 “2급을 통과하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나중에 꼭 한국에서 번역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5개 언어’ 통역사 꿈꾸는 태권소녀

프란체스카(왼쪽) 지난해 12월 영남삼육고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프란체스카 제공

프란체스카(왼쪽) 지난해 12월 영남삼육고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프란체스카 제공

태권도를 좋아한 이탈리아 소녀의 머릿속엔 늘 ‘한국 교환학생’이 있었다. 생각만 해도 한없이 가슴이 설렜다. 지난해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되며 꿈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경북 경산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프란체스카(18·여) 얘기다. 낯선 나라 걱정은 학교에 나간 첫날 사라졌다. 영남삼육고 학생들은 서로 그의 친구가 되겠다고 나섰다. 홈스테이 가정에서 함께 지내는 다른 교환학생과 홈스테이 가정의 막내아들도 프란체스카를 “누나”라 부르며 적응을 도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 때쯤 프란체스카는 이미 한국 친구들과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배울 만큼 돈독한 사이가 됐다. 태권도 수업과 언어수업을 좋아하는 프란체스카의 장래희망은 통역사다. 이미 4개 언어를 할 줄 아는 만큼 한국어도 곧 능숙해져 ‘만능 통역사’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게 그의 소망이다.

K-POP 찾아온 ‘현대무용’ 춤꾼

말레네와 대구 홈스테이 가정 가족들이 야외할동을 하고 있다. 사진 말레네 제공

말레네와 대구 홈스테이 가정 가족들이 야외할동을 하고 있다. 사진 말레네 제공

춤은 말레네(18·여)의 전부다. 현대무용의 성지인 독일에서 자란 만큼 시작은 현대무용이었다. 미세한 춤 선까지 가다듬을 정도론 열정적이던 그에게 어느 날 충격이 왔다. 친구 추천으로 접한 K-POP이었다. 음악에서 출발한 관심은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속 한국 드라마로 불이 붙었다. 새로운 춤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한국 교환학생으로 이끌었다. 낯선 문화와 언어란 장애물은 그를 지지하는 학교 친구들과 홈스테이 가족 덕에 넘어설 수 있었다. 그는 최근 학교공부 시간을 쪼개 학원에서 K-POP 댄스를 배우며 구슬땀을 흘린다. ‘한국 엄마’가 만들어 준 샤부샤부는 24시간이 모자란 그에게 힘을 주는 보약이다. 말레네는 “늘 춤을 춰왔지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지금 만나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훗날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한국행 꿈꾸는 이들 위한 기회 늘길”

지난해 입국한 교환학생들은 10개월째가 되는 올여름 고국으로 돌아간다. 뒤이어 순서를 기다리는 교환학생의 줄이 길지만, 흔쾌히 교환학생을 받는 학교가 적어 모두에게 기회를 못 줘 아쉽다는 게 KISE한국교환학생재단 측의 설명이다. 김미경 KISE한국교환학생재단 대표는 “외국 학생과 공부하고 생활하는 건 작지만 큰 변화의 시작”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면 더 많은 외국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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