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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손바꿔 골프 치면 불리? 미켈슨·노먼은 메이저 우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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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25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1 마스터스 2승을 한 버바 왓슨. 2 마스터스 1승을 한마이크 위어. 3 마스터스 3승 포함, 메이저 5승을 한 필 미켈슨. 모두 왼손 스윙을 했지만 왓슨만 왼손잡이다. [AP·EPA=연합뉴스]

1 마스터스 2승을 한 버바 왓슨. 2 마스터스 1승을 한마이크 위어. 3 마스터스 3승 포함, 메이저 5승을 한 필 미켈슨. 모두 왼손 스윙을 했지만 왓슨만 왼손잡이다. [AP·EPA=연합뉴스]

“마음에 드는 클럽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연습장 타석이 없다.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나기 어렵다.”

왼손잡이가 오른손 스윙하는 등 #손 바꿔 잘 된 골프 선수 많아 #어느 쪽이든 편한 동작이 좋아 #마스터스는 왼손 스윙 골퍼 유리

어쩔 수 없이 오른손잡이용 용품으로 치는 왼손 골퍼가 많다. 이들은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로 스윙하면 거리도 안 나고 방향도 제대로 안 간다고 푸념한다. 골프의 좌-우 전향은 불리한가.

통계는 “글쎄”다. 왼손잡이 골퍼 중 오른손 스윙을 해서 잘 된 골퍼가 꽤 된다. 메이저 우승자만 해도 조니 밀러, 그렉 노먼, 커티스 스트레인지, 닉 프라이스, 데이비드 그레이엄 등이다. 골프에서 가장 깨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11연승의, ‘가장 자연스러운 스윙’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이런 넬슨도 그렇다. ‘가장 완벽한 볼스트라이커’로 불린 벤 호건도 왼손잡이일지도 모른다. 그는 “나는 왼손잡이였다”고 한 적이 있다. 나중에 말을 바꿨지만.

조던 스피스는 어릴 적 왼손 투수였다. 아직도 농구에서 왼손으로 슛을 던진다.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골프, 테니스와 글씨는 오른손으로 한다. 공은 왼손으로 던지고 축구도 왼발잡이다.

서양에서는 왼손 클럽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왼손잡이 중 오른손 스윙을 한 선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소수의 좌-우 전향 골퍼 중 뛰어난 골퍼가 많이 나왔다.

오른손잡이가 왼손 스윙을 한, 반대의 예도 있다. 놀랍게도, 왼손 스윙 메이저 우승자 4명 중 3명이 원래 오른손잡이였다. 필 미켈슨, 마이크 위어, 밥 찰스다. 버바 왓슨만 오리지널 왼손잡이다. 왼손스윙을 하는 오른손잡이는 매우 희귀하다. 작은 풀에서 메이저 우승자가 3명이나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디 오픈 포함, 전 세계 60승의 밥 찰스는 모두 왼손 스윙을 한 부모를 따라 거꾸로 스윙했다. 그는 “오른손잡이가 총과 당구 큐대, 삽을 들 때 오른손이 위로, 왼손이 밑으로 간다”며 “오른손잡이는 왼쪽 스윙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일부 골프 교습가와 야구 코치들이 방망이의 윗부분을 잡는 손, ‘톱핸드’의 힘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와 일맥상통한다. 오른손 스윙을 할 때 왜 왼손에 장갑을 끼는지 생각해보라. 오른손잡이의 왼손 스윙은 테니스의 투핸드 백핸드처럼 강력한 파워를 낸다는 의견도 있다.

그렉 노먼은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스윙을 했다. 강력한 파워로 경쟁자를 압도, 331주 동안 세계 랭킹 1위에 머물렀다. [중앙포토]

그렉 노먼은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스윙을 했다. 강력한 파워로 경쟁자를 압도, 331주 동안 세계 랭킹 1위에 머물렀다. [중앙포토]

필 미켈슨은 오른손 스윙을 하는 아버지를 거울 보듯 따라 하면서 왼손 스윙을 하게 됐다. 캐나다 출신의 마이크 위어는 어릴 적 아이스하키를 했다. 아이스하키에선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스틱의 끝을 잡고 왼손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컨트롤이 잘 되고 파워도 강하다. 골게터 중 왼손 스윙을 하는 오른손잡이가 많다. 이를 골프에 접목해 왼손 스윙을 해 마스터스 챔피언이 됐다.

야구에도 오른손 왼손을 바꾼 선수가 많다. 왼손잡이 이종범은 글러브를 구하기 어려워 오른손을 썼다. 그의 아들 이정후는 오른손잡이인데 아버지의 권유로 왼손 타자가 됐다. 류현진도 오른손잡이로 태어났는데 왼손 투수가 크게 된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사우스포가 됐다. 암스테르담 자유대 인간운동과학연구소는 우투좌타의 메이저리그 진출 확률은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5.3배, 통산 타율 0.299 이상일 확률은 18.4배 높았다고 분석했다.

물론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골프를 하는 건 쉽지 않다. 왼손 골퍼는 당연히 왼손으로 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전 골프 국가대표 감독 한연희), 손을 바꾸면 거리가 덜 난다(전 LG 감독 류중일), 반대로 치면 롱게임은 몰라도 쇼트게임 거리 감각이 없다.(중앙선데이 스포츠전문기자 정영재), 어릴 때는 가능하지만, 나이 들어서 바꾸기는 쉽지 않다(국민대 스포츠 재활학과 교수 이기광) 등이다.

예외도 있다. 데이비드 그레이엄은 왼손으로 골프를 하다가 십 대에 오른손으로 바꿔 PGA 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골프계의 기인인 맥 오그래디는 전반 9홀은 오른손으로, 후반 9홀은 왼손으로 치기도 했는데 별 차이가 없었다. 전설적인 내기꾼인 타이태닉 톰슨은 오른손, 왼손으로 내기해프로들을 이겼다. 야구 해설가 김형준은 “오른손잡이 스위치히터 대부분은 우타석보다 좌타석에서 훨씬 강하다”고 했다.

그러니 거꾸로 잡는 것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선수 지망이라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특히 그린 재킷을 노리는 오른손잡이는 야구의 류현진이나 이정후가 그런 것처럼 왼손 전향을 고려해볼 만 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9개 홀이 왼쪽으로 휜 좌 편향이다. 왼손 스윙 골퍼가 매우 유리하다. 미켈슨(메이저 5승 중 3승이 마스터스 우승), 마이크 위어(메이저 1승 중 1승), 버바 왓슨(메이저 2승 중 2승)이 오거스타에서 강한 건 우연이 아니다.

골프는 어렵다. 왼손잡이의 오른손 스윙도 어렵지만, 오른손잡이의 오른손 스윙도 쉽지만은 않다. 오른손이 강해 백스윙 때 잡아당기고(플라잉 엘보), 다운스윙 때 엎어 치게 된다. 왼손잡이도 왼손 스윙하면 왼손이 강해 고생한다. 어떤 게 좋은지 측정할 수는 없다. 미켈슨이 오른손잡이로 경기했다면 타이거 우즈를 잡았을 수도 있지만, PGA 투어에 가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답은 없다. 그러나 골프에는 왼손잡이-오른손잡이라는 도식을 넘어서는 개인의 개성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이크 위어는 왼손으로 치는 게 맞는지 고민하다 잭 니클라우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니클라우스는 “어느 쪽이든 자연스럽고 편한 동작이 좋다”고 답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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