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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 혼란과 방역 혼선 심각, 대통령이 나서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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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30면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시점에 정부의 방역 대책과 백신 정책이 동시에 길을 잃었다. 앞선 3차 대유행보다 훨씬 큰 파도가 온다는데 신속하고 과감한 거리두기 조치를 내놓지도 않고 ‘핀셋 방역’에 머물고 있다. 동시에 아스트라 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혼선이 커지면서 백신에 대한 불신도 위험수위다.

4차 유행 코앞 거리두기 ‘핀셋 방역’ 안주 #복지부·질병청 AZ백신 정책 엇박자 노출 #러시아산 포함, 백신 확보에 사활 걸어야

방역과 백신은 코로나19 극복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탈선할 위기다. 먼저 당국의 방역 정책을 보면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오는 11일 종료 예정이던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전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다음 달 2일까지 3주 연장하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수도권의 노래연습장·헬스장·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은 당분간 현행대로 오후 10시까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방역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시작된 3차 대유행 때의 방역 실패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당시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지 않고 일부 시설에 집중하는 ‘핀셋 방역’을 고집하다 확산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400~500명 이상이면 2.5단계로 격상해야 맞다”며 스스로 만든 방역 기준을 어기는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백신 정책의 혼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7일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 백신과 혈전증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혼선이 가중됐다. 독일·프랑스 등이 접종 대상 연령을 제한했고 영국은 30세 미만에겐 다른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아스트라 백신에 과도하게 의지해온 한국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놀란 질병관리청은 60세 미만의 접종을 EMA 발표 직전에 유보했다. 그런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서 계속 시행(접종)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청과 복지부의 엇박자가 생생하게 노출됐다. 오는 11일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열어 다시 접종을 허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불과 사흘 만에 ‘유턴’할 거면 왜 접종을 유보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갈팡질팡하면서 접종 차질만 초래했다. 2분기 접종 예정자 770만 명도 어그러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고도 “선제 조치였다”고 주장하니 기가 막힌다. 아스트라 백신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혼선을 키운 책임이 크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백신 확보에 올인하던 지난해 봄 이후 문재인 정부는 K-방역과 항체 치료제를 과신하면서 백신 구매에는 소홀했다. 당시의 백신 확보 전략 판단 오류의 대가를 지금 국민이 비싸게 치르고 있다.

백신이 부족한데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우리는 아스트라 백신 외에 대안이 별로 없다. 다른 나라처럼 폭넓게 연령을 제한하기에는 손에 쥔 카드가 없다. 따라서 아스트라 백신의 불가피성과 장단점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60대의 아스트라 백신 접종 이익은 해악의 70배, 50대는 26배다. 고령자에겐 접종을 재개하는 게 맞다. 다만 20대는 해악이 약간 많으니 아스트라 백신 접종을 제한하고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하는 것이 대안이다.

백신 추가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함은 물론이다. 화이자 백신 도입을 앞당기고, 모더나·얀센·노바백스 백신 도입 물량과 시기를 구체화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검증한 러시아 스푸트니크V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방역과 백신 정책이 동시에 꼬인 상황에서 그동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아온 정세균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할 때가 아니다. 직접 나서서 당면한 위기와 혼선을 수습하고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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