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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5 ‘둥펑’ 미사일에 놀란 미, 중 슈퍼컴 업체 무더기 제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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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10면

둥펑 17

둥펑 17

미국 정부가 8일(현지시간) 중국 인민해방군을 돕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들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을 획득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나선 첫 번째 조치다.

미, 첨단 기술 유출 막기 위해 초강수 #중 “발전 못 막아, 모기가 무는 정도”

제재 리스트에는 중국 슈퍼컴퓨터 센터 네 곳과 세 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미국 기업들은 앞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이들 업체에 관련 기술을 수출할 수 없게 됐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들 기업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동원되는 슈퍼컴퓨터와 관련이 있다”며 “중국이 군사 현대화를 위해 미국의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걸 막기 위해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강수를 꺼내든 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중국의 최첨단 무기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제재 대상 업체 중 하나인 톈진피튬정보기술의 경우 미국의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설계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슈퍼컴퓨터에 공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의 타깃이 된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신무기다. 대기권에서 마하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데 이를 요격·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까진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2019년 10월 국경절 열병식 때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東風·DF) 17(사진)’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1년 뒤인 지난해 10월엔 대만과 마주 보고 있는 푸젠성에 실전 배치했다. 사거리도 2500㎞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비롯해 동북아시아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마크 루이스 미 국방산업협회 기술연구소 대표는 “중국은 이 미사일로 태평양에 있는 미 해군 함정과 공군 기지도 겨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순항미사일은 목표물에 도달하는 데 한두 시간이 걸리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몇 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미 상원에서는 이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정책을 포괄적으로 담은 대중국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소속인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가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과 인도·태평양 정책을 지원·강화하는 내용이 두루 담겼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망(環球網)은 “이 같은 제재로 첨단 기술 분야 등에서 중국의 발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모기가 무는 것에 불과하며 자체 연구 개발에 동기만 부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베이징=박현영·박성훈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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