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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 무상증자 후 주가 오르다 하락…펀더멘털이 중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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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15면

실전 공시의 세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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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제일바이오, 유유제약, 올리패스, 알테오젠, 화일약품, HLB생명과학… 최근 무상증자 공시를 한 기업들입니다. 사명만 봐서는 어떤 업종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회사들도 있을 텐데요, 대한제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약 바이오 기업입니다. 왜 이 업종 기업들이 최근 들어 유독 무상증자를 많이 하는 걸까요?

바이오 기업 잇단 무상증자 #주주 달래기 이벤트일 수도

무상증자는 말 그대로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 주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말합니다. A사의 발행주식 수가 100주이고 주가가 1만원이라면 시가총액은 100만원 입니다. 그런 A사가 신주를 100주 더 발행해 무상으로 주주에게 분배하기로 합니다. 100% 무상증자를 하는 것인데, 발행주식수가 2배가 되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A사 주가를 5000원으로 조정합니다.

이 회사의 주주인 달봉이는 1만원짜리 주식 10주(10만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무상 신주를 10주 더 받았습니다. 주식 총수는 20주가 됐지만 주당가치가 5000원으로 조정되었기 때문에 보유주식의 총 가치(10만원)는 변함없습니다. 회사 시총도 100만원 그대로입니다. 무상증자 자체는 이렇게 기업가치나 주주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이벤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수효과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착시입니다. 무상증자 이후 주가가 싸 보이는 효과(1만원→5000원)로 주식 매수세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또 유통주식 수가 증가하였기 때문에 주식 거래가 이전보다 활발해져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주식을 무상발행하려면 회계상의 발행 재원이 있어야 합니다. 대개 자본잉여금이 그 재원으로 활용됩니다. 무상증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 자본구조에 여유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무상증자 공시를 하면 대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무상증자의 목적을 ‘주주가치 제고’ 또는 ‘주주환원정책’이라고 기재해 공시합니다. 회사의 자본잉여금을 주주에게 돌려줘 주주가치를 높이려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주가 측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수혜 업종은 제약 바이오였습니다.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곳이 드물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전반적으로 하락세입니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습니다.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아 최근 주가가 급락한 기업도 있습니다. 또 어떤 기업은 업종 흐름과 무관하게 계속 소외돼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주주 달래기, 주가 관리,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무상증자를 단행하는 경우들이 많아졌습니다.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은 지난해 고점 대비 최근 주가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0일 구주 1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타다가 다시 제자리로 하락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임상시험과 관련한 악재로 주가가 급락한 올리패스 역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구주 1주당 0.5주 무상증자를 공시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잠깐 반짝한 이후 침체하는 모습입니다.

근본적 펀더멘털 변화 없이 주가 관리나 부양을 위해 무상증자를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잘 나갈 때 무상증자는 때로 날개 역할을 하지만, 추락할 때는 속도를 잠시 늦추는 이벤트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글로벌모니터 대표다.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이것이 실전회계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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