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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친문'이 약점됐다…원내대표 거론 윤호중·김경협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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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영환, 장철민, 장경태, 이소영, 전용기 의원 등 2030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영환, 장철민, 장경태, 이소영, 전용기 의원 등 2030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174석 거대여당이 기능정지 상태에 빠졌다. 4ㆍ7 재보선 참패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긴급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당 대표 직무대행과 원내대표직을 겸했던 김태년 의원은 업무에서 이미 손을 뗐다. 선거 참패에 따른 쇄신안을 내고 싶어도 당 내 의견을 조율하고 결집할 사령탑 기능이 마비돼 버렸다.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 불과 일주일간 당을 책임지게 된 도종환 비대위원장은 9일 첫 회의에서 “더 꾸짖어달라. 마음이 풀리실 때까지 반성하고 성찰하겠다. 내로남불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가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정작 당 안팎의 시선은 비대위 활동 보다 차기 지도부 선출로 모이고 있다. 16일 선출되는 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도 위원장의 자리를 대체한다. 이후 내달 2일 당 대표 선출까지 마무리되면 민주당은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위기 수습 및 내년 대선ㆍ지방선거 준비에 나서게 된다.

원내대표 거론 4명 중 둘은 친문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의원들. 왼쪽부터 윤호중·김경협·박완주·안규백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의원들. 왼쪽부터 윤호중·김경협·박완주·안규백 의원. 중앙포토

먼저 관심이 쏠리는 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선거다.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없지만 윤호중(4선ㆍ구리)ㆍ안규백(4선ㆍ서울 동대문갑)ㆍ박완주(4선ㆍ천안을)ㆍ김경협 의원(3선ㆍ부천갑)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친문(친문재인)’ 계열의 윤 의원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친문 핵심이자 이해찬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윤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 사무총장을 맡아 공천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초선들은 자기를 뽑아준 사람을 등지기 어렵다”며 “친문 그룹과 초선들이 뭉치면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의원 174명 가운데 초선의원은 83명이다.

변수는 당 내부에서 분출되는 쇄신론이다. 특히 쇄신론이 당 운영을 주도해 온 친문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윤 의원으로서는 부담이다. 이날 오후 열린 초선의원 모임에선 일부 의원들이 ‘친문 후보는 원내대표ㆍ당대표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꺼냈다고 한다. 당내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 역시 전날(8일) “당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 바란다”고 공개 요구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12월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을 7분만에 강행처리한 것도 재보선 참패 국면에선 약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 의원은 당시 “독재”라며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평생 독재의 꿀을 빨더니 이제와서,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몰아가는 행태야말로 독선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법사위 문제도 있고 친문 색채도 강해 당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친문’ 김경협 의원 역시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해있다. 친문 지지세를 우군으로 두곤 있지만,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아 최근 MB정부 사찰문건 폭로 등을 주도한 건 쇄신 국면에선 부담이라는 게 중론이다.지지기반이 겹치는 윤 의원과 김 의원이 사전 교통정리를 끝내 한 사람만 나올 거라는 전망도 있다.

박완주 의원은 계파색이 옅고 당내 주요 대선 주자들과 지역기반이 겹치지 않는 충청 지역구 의원이라는 점이 현 국면에서 최대 강점으로 언급된다. 당 수석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 경험에 더해 당내 최대 의원 연구모임 더좋은미래와 옛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에 걸쳐 있어 초·재선 그룹과 접면이 넓은 편이다. 그러나 86 운동권(성균관대 총학생회 부회장)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쇄신의 간판이 되긴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안규백 의원은 평소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해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1988년부터 당직자 생활을 해온데다, 국방위원장을 지낸 중진으로 내부 조직통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비교적 유연한 이미지가 당 내부 선거에선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쇄신론 변수에 당 대표 선거도 원내대표 영향 

송영길 의원(왼쪽부터)과 우원식 의원, 홍영표 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의사를 밝히며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중앙포토

송영길 의원(왼쪽부터)과 우원식 의원, 홍영표 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의사를 밝히며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중앙포토

송영길(5선ㆍ인천 계양을)ㆍ우원식(4선ㆍ서울 노원을)ㆍ홍영표(4선ㆍ인천 부평을) 의원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당 대표 선거도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원내대표로 친문 후보가 선출될 경우, 당 대표 선거에서는 “친문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원내대표에 비문 후보가 당선되면 상대적으로 친문 당권주자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세 사람 모두 범친문 그룹으로 볼 수 있지만 홍영표 의원의 친문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다. 친문인사들이 주축인 ‘민주주의 4.0 연구원’의 핵심 멤버로, 정권 초기 원내대표를 맡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장본인이다.

86그룹의 맏형 격인 송영길 의원은 높은 대중 인지도와 호남 기반의 조직력을 우위로 내세운다. 우원식 의원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더미래 소속으로 진보ㆍ개혁성향 의원들과 폭넓게 교류해온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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