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쇼크' 땐 스가도 위태···日정권 명운 걸린 보궐선거

중앙일보

입력 2021.04.09 15:55

업데이트 2021.04.09 16:06

“최소한 한 곳은 이겨야 한다”

스가 정권 첫 선거...25일 지역구 3곳 재보궐
참패 땐 스가 영향력 저하 "최소 1곳은 이겨야"
"부정부패로 인한 재보궐 승률 40% 안돼"

25일 일본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스가 정권 출범 후 치러지는 첫 국회의원 선거인 데다 올가을 치러질 중의원 선거(총선)의 전초전 성격이 부각되면서다. 결과에 따라선 스가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자민당 안에서도 스가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 선거 실시가 고시된 지역은 나가노(長野)현, 히로시마(広島)현의 각각 1개의 선거구다. 여기에 13일 고시되는 홋카이도(北海道) 선거구 1곳까지 합치면 25일에 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총 3곳이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히로시마 선거구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히로시마지만, 이번 선거는 녹록지 않다.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법무상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당시 중의원)의 부인 가와이 안리(案里) 후보가 선거운동원을 매수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가와이 안리(왼쪽)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히로시마현을 찾은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두 팔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가와이 안리(왼쪽)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히로시마현을 찾은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두 팔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여기에 남편 가와이 전 법무상도 금품살포, 선거 매수 혐의를 시인해 최근 의원직을 사퇴한 상태다. 이들 부부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자민당 소속 지방 의원들도 24명이 넘는다. 그만큼 지역의 민심은 악화한 상태다.

당시 선거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스가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의 총력 지원으로 치러진 만큼, 이번엔 ‘자민당 지우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시 금권선거 트라우마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지도부도 선뜻 선거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현장에선 “당시 선거를 도왔던 사람은 오지 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아사히 신문은 “스가 총리가 히로시마에 오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모양새”이라고 전했다.

가와이 법무상과 부인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슈칸분슌. 서승욱 특파원

가와이 법무상과 부인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슈칸분슌. 서승욱 특파원

홋카이도 선거구에선 자민당은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곳에선 스가 총리의 측근으로 아베 정권에서 농림상을 지낸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중의원 의원이 양계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보궐 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에 반성의 차원에서 일찌감치 공천을 포기한 것이다.

나가노현 선거구는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郎) 참의원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급사하면서 자리가 비었다. 나가노는 야당의 지지가 탄탄한 곳으로 하타 의원의 친동생이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지난 1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 관계자들이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시에 있는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의 사무소를 압수 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집권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요시카와는 아키타 푸드 측으로부터 6년에 걸쳐 합계 1천800만 엔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1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 관계자들이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시에 있는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의 사무소를 압수 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집권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요시카와는 아키타 푸드 측으로부터 6년에 걸쳐 합계 1천800만 엔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교도=연합뉴스]

선거 전망은 엇갈린다. 요미우리 신문은 자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홋카이도를 제외하고 “2곳 중 1곳은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사히 신문은 “부정부패 문제의 심각성을 잘못 판단하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히로시마에서 진다면, 스가 총리의 영향력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3곳 모두 자민당이 패할 경우, 가을 이전에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동요가 예상된다. “스가 총리 체제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생각이 자민당 내에 퍼지면, 결국 ‘스가 끌어내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은 “스가 총리가 힘을 받기 위해선 최소 1곳에선 승리해서 당내 기반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일본 총리와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이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후생노동성 직원들의 심야 단체 회식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일본 총리와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이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후생노동성 직원들의 심야 단체 회식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에서도 정권에 대한 평가가 보궐선거의 결과로 나타나는 케이스가 많았다. 아베 총리는 제2차 내각 발족 약 4개월 뒤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정권운영이 탄력을 받았다.

반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첫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해, 결국 4개월 뒤에 퇴진을 표명한 바 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부정부패 등의 불상사를 이유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 13건 가운데 기존 정당이 의석을 되찾은 경우는 5건에 그쳤다. 승률이 40%도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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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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