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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정부 없이 가능한 공약 1개뿐···오세훈, 협치 손 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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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7 보궐선거로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8일 서울시의회를 방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4·7 보궐선거로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8일 서울시의회를 방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의회에서 안 도와주시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매니페스토본부에 제출한 ‘10대 공약’ 살펴보니

오세훈 서울시장이 출근 첫날인 8일 오전 서울시의회를 찾아 한 말이다. 그는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제가 속한 정당이 소수정당이라 솔직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와주시고 지도편달 해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지적해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현장을 지켜본 서울시와 시의회 관계자들은 “오 시장이 먼저 고개를 숙인 덕분에 예상보다 분위기가 화기애해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이 시의회에 머리를 숙인 이유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짜여진 시의회 구성 때문이다. 시의회는 전체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조례 개정이나 예산 심의 과정 등에서 시의회와 마찰을 빚는다면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공개한 ‘10대 공약(매니페스토본부 제출)’을 살펴보면 시의회나 중앙정부의 협조가 없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단 1개에 불과하다. 오세훈의 2기 서울시가 ‘협치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0대 공약 중 1개만 단독 추진 가능  

오 시장의 10대 공약은 ①재개발, 재건축 정상화 ②상생주택(7만호)+모아주택(3만호) 공급 ③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 ④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전면 감면 ⑤신속한 경전철 착공 ⑥1인가구 안심 특별대책본부 설치 ⑦서울시민 안심소득제도 시범실시 ⑧청년취업사관학교 설립 ⑨청년월세지원 10배 확대 ⑩성폭력Zero 서울시 등으로 요약된다.

의회 넘어야 하는 오세훈의 ‘10대 공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의회 넘어야 하는 오세훈의 ‘10대 공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오 시장 측은 주택공급과 관련된 ①~④번 공약에 대해 매니페스토본부 측에 “예산확보와 재산세ㆍ종부세 등 관련 세제 감면을 위한 개정노력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와 국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용적률의 경우 조례를 개정한다면 시의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국토계획법 안에서 지역에 따라 완화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선거 막판 가장 강조한 ⑥1인가구 안심 특별대책본부 설치와 ⑧청년취업사관학교 설립의 경우 새로운 인원과 예산이 들어가는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어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시의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⑦서울시민 안심소득제도 시범실시는 지속 여부에 따라 추가 재원 조달을 계획해야 한다. ⑤신속한 경전철 착공과 ⑨청년월세지원 10배 확대는 기존에 펼치던 사업이지만 추가 예산이 들어간다.

부동산 공약에 대해선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의회와의 협력이 있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시장 권한으로 정책을 협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부동산 공급을) 시장 혼자 할 순 없다. 시의회 동의가 필요한 데다 정부 공급정책이 함께 변하지 않는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오세훈 측 "의회와 적극 소통하겠다"  

오 시장 측 공보단장을 맡은 이창근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재보궐선거 전날인 지난 6일엔 "민주당이 네거티브로 (선거에) 일관했는데, 의회까지 그렇게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시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시의회를 방문하고 난 8일에는 다소 톤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의원도 시민 대표다. '시민만 보고 간다'는 큰 틀에서 첫 방문을 시의회에 찾은 것"이라며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시민을 위한 일에 협조하시겠다'고 해서 생각보다 (관계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허정원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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