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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혜련의 휴먼임팩트

탁월한 성과를 내는 ‘남다른’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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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조직의 성공 혹은 실패의 원인에 대해 사람들은 대체로 조직의 우두머리인 리더의 역할에서 답을 찾는다. 하지만 리더십 효과, 즉 조직 성과가 리더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가에 대해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면이 있다. 리더 외에도 많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조직 성패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인간의 심리적 본성은 좀 더 손쉽고 마음 편한 쪽을 택한다. 복잡한 상황 요인을 분석하기보다는 리더라는 구체적 대상을 통해 재빨리 결론짓는다. 리더는 상징적 도구로 쓰이고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기업의 흥망성쇠 날로 격화해도 #절박하게 탐구하는 기업가 정신 #신념에서 우러나온 약속 이행이 #탁월한 경영 성과로 이어진다

리더 역할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모두가 인정하는 남다른 리더들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성공한 창업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수렴되는 부분이 있다. 창업 초기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워 스스로 다짐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신념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한 신념은 그칠 줄 모르는 탐구력과 절박함으로 이어진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파격적 행보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한 인물이지만 그의 혁신적 리더십은 20년 전 화성 탐사에 대한 비전과 신념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에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인류의 화성 이주와 상업용 우주개발 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때 귀담아들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우주비행 학회에서 자신의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로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가장 큰 난제였던 우주 발사 로켓의 회수와 재사용을 최초로 성공시켜 로켓 제작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민간주도 우주산업 시대의 길을 열었다. 20년 전에 머스크를 조롱했던 사람들이 테슬라 주식을 사는 이유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24세에 아르바이트생 2명으로 출발해 오늘날 일본 최고 부자이자 글로벌 비즈니스 제국을 일구었다. 그는 20대 초반에 사업가로서 인생을 걸만한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세상을 바꾸고 기술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야는 ‘디지털 정보혁명’이라고 믿었다. 소프트뱅크를 창업하면서 정보기술(IT)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내 삶은 온전히 그 비전을 현실화하는 데 바쳐졌다. 계획을 바꾼 적도, 목표치를 낮춘 적도, 이를 달성하지 못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고안한 ‘손의 제곱법칙’ 중에 “정보는 최대한 모으면서, 죽을힘을 다해 전략을 궁리하고,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읽고 행동하며, 모든 리스크에 대비할 수비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사업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그의 꿈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쿠팡을, 일본에서 라인(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을 전략적 파트너 삼아 이커머스 시대에 미국·중국에 맞설 글로벌 주도권을 모색하고 있다.

휴먼임팩트 4/9

휴먼임팩트 4/9

창업가나 오너 경영인에 비해 전문경영인은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임기가 몇 년에 불과한 대리인에게 신념을 담은 약속이행 역할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성공 여부는 신념을 가진 후임자를 제대로 고르는 선구안과 그 신념이 열매 맺을 때까지 믿고 맡기는가에 달려 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당 가격이 가장 비싼 유일한 ‘황제주’는 LG생활건강이다. 2005년 초에 차석용 현 부회장이 이 회사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주가가 3만원 안팎이었는데 현재 160만원을 바라보니 놀라운 성과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평범한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좋아질 것을 확신한 그는 부임 초부터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고부가 상품개발과 차별적 포트폴리오 실현을 주도하면서 탁월한 경영성과를 거두었지만 임직원을 다그치지 않았다. 그는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 퇴근한다. 국내외 전문 잡지 10여 가지를 정기 구독하며 매월 10권 정도 책을 읽는다고 밝혔다. 새로움과 강한 임팩트를 소비자들에게 상품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매일 고민한다고 했다.

리더의 신념에서 우러나온 약속이라야 지킬 가능성이 크다. 그 약속은 참모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신념이기에 지키려고 사력을 다한다. 그런 신념 없는 사람이 리더 자리에 올랐을 때 약속은 속이 빈 공약(空約)이 되고 조직은 리더십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