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또 패닉…지도부 총사퇴 후 '일주일 비대위' 세운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2021.04.08 19:08

업데이트 2021.04.09 14:19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4·7 재·보선 완패 책임을 지고 8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대행은 이날 오후 1시 “지도부 사퇴 후 전당대회, 원내대표 선거는 최대한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할 수 있는 가장 센 수준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초·재선을 중심으로 강하게 분출된 결과다. 조기 사퇴한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됐던 현 최고위원들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였지만 이날 총사퇴로 5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모두를 새로 뽑게 됐다.

패배 후 혼돈

김 대표 대행은 사퇴문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은 민주당에 많은 과제를 줬다”며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민심에 부합하는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며 “저희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혁신에 헌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처참한 패배였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를 결의하는 과정은 우여곡절이 적잖았다. 7일 심야와 8일 오전 잇따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친문 성향이 뚜렷한 김종민·신동근 최고위원이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하면서 논의는 이날 의원총회로 넘겨졌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역시 친문 성향의 한 최고위 참석자는 “총사퇴라는 옛날 방식에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전당대회·원내대표 경선이 불과 한 달 뒤인데 굳이 비대위 출범이 필요한지 등에 고민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두 최고위원의 주장도 그런 측면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친문 극성 지지층들의 주문에 취한 당 주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데 저항한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과 반성

이날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비대면 화상회의라는 형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쇄신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왔다. 백혜련·이소영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국민이 저렇게 심판을 했는데 지도부가 거취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지도부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회의를 한 초선 의원은 “10명 가까운 숫자의 초선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많은 목소리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외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포함해 야당 탓, 언론 탓만 했던 걸 반성하고 당내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동안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하느라 국민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당 지도부를 향한 지적이 쏟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발언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발언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지도부 총사퇴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서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매우 간략하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오에 대한 구체적 내용없이 ‘잘못했다’는 단어 하나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뒤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 주류인 친문 그룹의 자중을 촉구한 것이다.

당내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새 인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총 후 총사퇴 발표를 결의한 민주당 회의실에서 “이게 뭐냐! 이게 쇄신이냐!”, “이리 들어오라!”는 고성이 잠시 새어 나왔지만 결국 전원이 사퇴 회견장에 모습을 보였다.

임시 ‘도종환 체제’

민주당은 5월9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를 일주일 당긴 5월2일에, 5월 첫 의원총회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원내대표 선거를 4월16일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새 당 대표 권한대행이 될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 일주일 동안은 도종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도 위원장은 대표적인 친문 중진이지만 비대위는 민홍철·이학영·김영진·신현영·오영환 의원,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등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됐다.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변재일 의원, 중앙당 선관위원장은 이상민 의원이 맡기로 했다.

최인호 수석 대변인은 특히 신현영·오영환 의원 발탁에 대해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실망이 표출된 원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의견을 개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2030 세대가 국민의힘에 몰표를 준 것에 대한 당내 충격 해소를 위한 결정이란 이야기다. 최 대변인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부분이 재보궐 패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데에 지도부가 인식을 같이했다”며 “향후 내로남불 사례에 대한 원칙적 대응 내용을 비대위에서 정리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새롬·김효성·남수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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