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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가 왜? "이거 마시는 여친, 헤어질래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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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밀크티 한 잔'이 때아닌 논란을 몰고 왔다. 한 네티즌이 올린 글 하나가 파장의 발단이었다.

중국에서 인간관계 형성에 영향 미치는 밀크티 취향 #2000년대 초 한국 '스타벅스 된장녀' 논란과 겹쳐져

"매번 ‘희차’만 마시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어요."

도대체 ‘희차’가 뭐길래, 이별 사유로까지 거론한 걸까.

희차 [사진 36kr]

희차 [사진 36kr]

*희차(喜茶)의 중국어 발음은 '시차'이지만, 국내에 좀 더 보편적으로 소개된 이름인 '희차'로 표기함.

'희차'는 중국의 유명 밀크티 브랜드다. 논란의 원인은 이 밀크티의 가격이었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희차의 음료는 한 잔에 약 30위안, 우리 돈으로 약 5000원 정도다. 글쓴이는 이처럼 비싼 밀크티를 마시는 여자친구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미쉐빙청’의 음료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고 언급했다. 미쉐빙청(蜜雪冰城)은 최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중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성비 브랜드다.

해당 글에는 1만 50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밑으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며 의견이 엇갈렸다.

“그게 문제면 헤어져야지.”
“여친이 유독 희차를 좋아하는 거면 어쩌겠어.”
“솔직히 미쉐빙청보다 희차가 맛있잖아.”
“사랑하면 맹물을 사줘도 맛있다고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희차를 마시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진 36kr]

희차를 마시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진 36kr]

비슷한 시기, 미쉐빙청 밀크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덩달아 화제였다.

“미쉐빙청 밀크티를 사주며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 어떻게 생각하세요?”

희차가 너무 비싸서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미쉐빙청 밀크티의 저렴한 가격을 문제 삼는 글이었다. 한 잔에 4위안(약 700원)짜리 미쉐빙청 밀크티가 호감을 표현하기에 충분한가 하는 질문. 앞선 글쓴이와 정반대 입장이었지만, 밀크티 소비관의 차이로 인간관계를 고민한다는 점은 같았다.

미쉐빙청 [사진 36kr]

미쉐빙청 [사진 36kr]

1. ‘사회적 화폐’가 된 밀크티

고작 밀크티 한 잔일 뿐인데, 왜 중국 젊은이들은 인간관계를 고민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에 중국 매체 36kr은 “밀크티 구입은 현 젊은 세대의 소비관을 대변하며, 이는 개인이 맺는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밀크티가 단순히 밀크티 한 잔에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떤 브랜드의 밀크티를 마시느냐가 주변 친구, 지인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마시는지를 SNS에 공유하는 요즘, 같은 밀크티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인간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사진 36kr]

[사진 36kr]

때문에 “밀크티가 사회적 화폐로서 기능한다”는 말도 나온다. 밀크티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는 개인의 수요에서 발생한다. 맛이 중요한 사람, 오래 앉아 이야기하기 편한 장소가 필요한 사람, 주변 지인이 인정하는 브랜드가 우선인 사람, SNS 인증샷 감성을 갖춘 카페 등 다양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밀크티 브랜드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대변하는 셈이다.

2. 추구하는 가치=소비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만남의 장소에서 특정 제품을 소비할 때, 사람들은 그 제품이 가진 부가가치를 고려해 자신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를 택한다.

밀크티를 마실 때 희차를 택하는 사람들은 희차의 맛과 잘 꾸며진 공간에 돈을 좀 더 투자한다. 반대로 미쉐빙청은 가성비를 좀 더 고려한 선택이다. 그렇다고 해서 희차를 마시는 사람이 무조건 비싼 무언가를 택하는 건 또 아니다.

희차 [사진 36kr]

희차 [사진 36kr]

“학교 밖 스타벅스에서 30위안에 커피를 사먹는 건 괜찮지만, 학교 식당에서 30위안을 내고 밥을 먹는 건 좀 아까워요.”

각자에게 좀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대상이 다르고, 그에 따라 해당 제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 역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희차(밀크티) 논쟁'은 2000년대 초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된장녀’ 논란과 묘하게 겹쳐진다. 아직은 자판기 커피에 익숙했고 커피 프랜차이즈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 밥값과 별반 차이가 없는 돈을 커피 한 잔에 소비한다는 사실은 성별과 세대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낳았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카페 문화가 일상이 된 지금, '스타벅스=된장녀' 공식은 잊혀진 지 오래다. 하지만 소비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소비의 대상이 전에 없던 무언가이거나 보편적인 문화가 아닐 때 입장차는 더 커진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비롯한 유료 콘텐츠, 굿즈, 게임 아이템, 이모티콘 결제 등에 돈을 얼마나 쓰느냐는 개인차가 있으며, 시대 흐름과 대중화 여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왔다.

이번 밀크티 논쟁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젊은 세대의 소비관을 보여준다. 그 속에는 카페가 점차 보편화 되고 있는 중국,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분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트렌드 변화도 함께 담겨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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