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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못해서, 언론이 내곡동 보도 안해서 졌다"는 문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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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석을 줬는데 개혁하지 않고 미적댄 결과 아니냐.”, “내곡동 증인 발언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탓이다.”

4·7 재·보선 완패 결과를 접한 더불어민주당 극성 지지층이 선거 패인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서울과 부산 전 권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 밀렸는데도 이들은 자성하기 보다 다른 원인 찾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극성 친문 지지층이 장악한 당원게시판에는 8일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174석을 준 의미는 개혁을 하란 것인데 당 지도부는 중도층 눈치만 봤다”는 비판 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개혁을 완수하지 않은 책임을 져라”라거나 “174석을 주며 ‘칼춤을 추라’고 했더니 회나 떠먹었느냐”고 지도부를 겨냥했다.

김태년 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김 전 대행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했다. 오종택 기자

김태년 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김 전 대행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했다. 오종택 기자

이날 오후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자 “강력한 개혁성향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눈치를 보지 말고 적폐들과 제대로 한판 붙자”는 반응도 있었다.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언론·검찰개혁 주장으로도 이어졌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내곡동 투기 의혹 증거와 증인이 넘치는데도 언론이 편향된 내용으로 보도하고 포털은 이를 띄웠다”며 “세무조사를 당장 실시하고 가짜뉴스 처벌법을 완력으로 통과시켜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도 어렵다”는 글도 올라왔다.

일부 당원이 “이젠 극렬 지지층과 결별하고 국민들의 보편적 가치관에 선거전략을 맞춰야 한다”는 자성론을 폈지만, 문파들은 이들을 향해 “국민의힘으로 떠나라”고 비난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남 탓에는 여권 주요 인사들도 동참했다. 이날 최고위원에서 사퇴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곡동 개발을) 알고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언이 많았는데 언론이 꼼꼼하게 따졌어야 했다”며 “언론이 편파적이면 민주주의에 상당한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 소속인 손혜원 전 의원도 전날 “민주당이 살 길은 오로지 검찰수사권 완전박탈뿐”이라며 “180석을 얻은 지난 총선 때도 같은 기레기, 같은 포탈이었다. 닥치고 반성하라”고 주장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다른 쪽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며 “극성 지지층과 일반 유권자의 온도차를 민주당이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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