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1번 공약 '스피드 주택공급'…광화문광장·TBS도 만지작

중앙일보

입력 2021.04.08 05:00

업데이트 2021.04.08 10:53

“도시재생은 벽화 그리기”…주택정책 ‘촉각’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압승하면서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된 분야는 부동산이다. 이번 선거가 ‘부동산 분노 투표’로 불릴 정도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컸던 데다 오 당선인이 주택 공급확대를 최우선 공약으로 강조해와서다.

[4·7 재보선]
오세훈 당선인, '한강 르네상스' 등 역점 추진

현재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과 TBS 문제도 오 당선인이 손을 대겠다고 선언을 한 만큼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잔여 임기가 1년 2개월에 불과한 데다 야당 일색인 일선 구청과 시의회 구성으로 생각만큼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 당선인의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은 규제를 풀어서 최대한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민간분양(18만5000호)을 중심으로 5년간 총 36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이 멈춰선 용산과 여의도 개발을 비롯해 성수동·상계동·목동 등에서도 정비사업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오 당선인은 “취임 100일 내에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도 추진된다. 여의도·압구정·성수·합정·이촌 등 10개 지역을 한강변 전략·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최고 50층(현재 35층 이하)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게 골자다. 오 당선인은 서울시청 일대 중심지, 강남, 여의도에 이은 강북에 제4의 도심을 만들어 강남·강북 균형개발에 나선다는 목표도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서울시재개발·재건축연합회에게 서울시 민간 주택공급(재건축·재개발 등) 활성화 정책방안을 전달 받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서울시재개발·재건축연합회에게 서울시 민간 주택공급(재건축·재개발 등) 활성화 정책방안을 전달 받고 있다. 뉴스1

주택 36만호 공급…‘규제 풀어 빠르게 많이’ 

주택공급 확대를 강조할수록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주력한 ‘도시재생’은 가장 먼저 폐기될 사업으로 거론된다. 오 당선인은 새로 짓는 것보다는 고쳐쓰는 방식인 도시재생에 대해 “벽화 그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시청 내부에서조차 “2015년 탄생한 도시재생사업본부가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공약한 물량을 모두 공급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도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교수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시장=투기’라는 불신에서 출발한다”며 “그간 부동산 정책은 공급 대신 거래 자체가 줄어 시장을 얼어붙게 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안정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도 향후 수정될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박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사업은 지난해 11월 공사가 시작돼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오 당선인은 “교통 과부화와 공사비용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광화문 재조성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확장공사로 인해 파헤쳐진 서울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의 모습. 장진영 기자

확장공사로 인해 파헤쳐진 서울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의 모습. 장진영 기자

광화문광장과 TBS, 변화 불가피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세종문화회관쪽 도로를 파는 작업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다시 덮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 시장님이 보고를 받으신 후 말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여당 편향 방송으로 논란을 빚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당선인은 시사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TBS는 설립목적이 교통·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김씨가 계속 방송을 진행해도 좋다. 단 교통정보를 제공하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 TBS

여당 일색인 자치구·시의회는 부담

서울시내 자치구와 시의회가 여당 절대 다수로 구성된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25개 자치구 중 야당 소속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유일할 정도다. 서울시의회 역시 전체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의회가 오 당선인에 대해 시장 취임 후에도 내곡동 의혹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잔뜩 벼르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조사특위를 꾸려서 이미 지난 5일 안건을 접수했고, 19일에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며 “차후 오 당선인을 불러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상호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관련 내부정보 유출 및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이해충돌 의혹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상호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관련 내부정보 유출 및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이해충돌 의혹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당, “기존 정책들, 변함없이 추진돼야”

서울시의회와 일선 구청 측은 박 전 시장의 정책을 뒤엎거나 흔적을 지우는 사업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3선 시의원인 김인호(동대문) 서울시의회 의장은 “1000만 서울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남은 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한데 과도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정책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게 아니므로 변함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도 “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정책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협치의 과정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일한 야당 소속 구청장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구민을 위하는 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본다”며 “오 당선인과 여당 소속의 구청장들을 잇는 윤활유 역할을 함으로써 서울시와 일선 구청이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최은경·허정원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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