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2주뒤 엽기 살인마로…전문가도 놀란 김태현의 패턴

중앙일보

입력 2021.04.08 05:00

업데이트 2021.04.08 05:32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이 PC방은 피해자 중 큰딸이 종종 방문하던 곳으로 이곳을 찾은 김씨는 게임은 하지 않고 약 13분 동안 머문 뒤 피해자의 주거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독자 제공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이 PC방은 피해자 중 큰딸이 종종 방문하던 곳으로 이곳을 찾은 김씨는 게임은 하지 않고 약 13분 동안 머문 뒤 피해자의 주거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독자 제공

2개월, 그리고 2주.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5)의 비정상적인 범행 패턴을 보여주는 숫자다. 이는 끔찍한 범행의 원인을 규명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두 차례의 성범죄와 세 모녀 살인까지 처벌과 재범 사이의 기간은 더 짧아지고 수법은 악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성범죄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내려진 2주 뒤, 그는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처벌 2개월 만에 다시 성범죄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찾아간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찾아간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7일 경찰과 법원의 기록에 따르면 김태현의 전과 기록은 총 3건으로 확인된다. 지난 2015년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김태현은 이후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질렀다.

지난 2019년 11월 김태현은 자신이 즐겨 찾던 서울 강남구의 한 PC방 건물에서 여자 화장실에 몰래 침입했다가 적발됐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 위반 혐의로 입건된 김태현은 지난해 4월 24일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두번째 성범죄 벌금형 2주만에 살인 

여자 화장실 사건 이후 그는 다시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음성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벌금 200만원의 처벌을 받은 지 약 두 달이 지난 뒤였다. 이번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 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법원은 지난달 10일 벌금 200만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두 차례의 형사사법 절차는 그의 추가 범행을 막지 못했다. 두 번째 성범죄로 인한 법원의 단죄를 기다리는 와중에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 20대 여성을 스토킹했다. 지난해 12월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A씨(25)였다. 김태현은 A씨가 자신의 연락을 차단하자 앙심을 품고 지난달 23일 거주지를 찾아 A씨와 그의 어머니, 여동생을 모두 살해했다. 두 번째 성범죄 벌금형을 받은 지 2주 뒤의 일이다.

“연쇄범과 유사하게 범죄 진화”

전문가들은 김태현이 연쇄범의 유형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연쇄범은 첫 범행을 저지른 후 한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이후부터는 재범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전과 기록을 통해 드러나는 김태현의 범행 횟수와 기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연쇄범은 한 가지 동종 유형의 범죄 행위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김태현의 사례는 독특한 측면도 있다. 공 교수는 “김태현은 모욕죄(2015년)로 시작해 성범죄(2019, 2020년), 그리고 살인(2021년)으로 나아갔다”며 “그의 반사회적인 성향과 맞물려 재범 기간이 짧아지면서도 점점 더 심각한 범죄 유형으로 진화해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에게 내려진 벌금형이 아무런 범죄억제 효과를 내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태현과 같이 집착 성향이 강한 범죄자들은 단지 벌금 내기가 무서워서 범행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며 “두 번째 성범죄가 적발됐을 때 재범인 만큼 단순히 벌금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가 개입되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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