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체제 굳히려는 이재명, 패배 책임론 이낙연

중앙일보

입력 2021.04.08 01:31

업데이트 2021.04.0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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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충격적 참패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차기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둘을 중심으로 전개돼 온 경쟁 양상이 당분간은 이 지사의 확실한 1강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에 비해 이 전 대표가 입을 상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발 무거워진 여권 대선주자들
이낙연, 공천 강행 명분·실리 잃어
이재명, 당 참패가 본선엔 악재로
정세균, 곧 총리직 내놓고 출사표
추미애, 강성지지층 제3 후보 거론

그동안 당 안팎에서 “이번 선거는 이낙연의 선거”란 말이 돌았다.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이번 보궐선거의 공천을 결정했다. ‘민주당 인사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인한 선거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기존 당헌을 개정키로 한 그의 결정은 당시엔 ‘정치적 승부수’로 여겨졌다.

여권 대선주자들

여권 대선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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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악수(惡手)가 됐다. 새해 벽두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보다 더 큰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당내에선 “주된 패인으로 거론되는 무리한 검찰개혁과 부동산 정책 강행도 이 전 대표가 결정한 것 아니냐”는 추가 책임론이 제기될 듯한 분위기다.

지지율도 답보상태였다. 한국갤럽 조사(3월 30일~4월 1일)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7%까지 내려앉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석패도 아닌 완패는 이 전 대표에게 치명상”이라며 “이 전 대표가 주저앉으면 그 빈자리에서 새로운 흐름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표는 7일 밤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 저희가 크게 부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주변엔 “보병전을 강조하며 손수 유세 현장 곳곳에서 최선을 다한 것을 지지자들은 알 것”이란 기대감이 아직 살아 있다. 이 전 대표 본인 역시 당분간 자신을 낮추며 반전 모색을 꾀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이 지사는 출혈이 적었다. 그간 당 외곽에서 활동했던 탓에 상대적으로 선거 참패 책임에서 자유롭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는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측면 지원하면서 당내에서 “할 수 있는 성의를 다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 참패의 빌미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두고도 이 지사 주변에선 “매를 먼저 맞는 게 낫다. 이런 일이 올가을에 터졌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말이 나온다.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당내 차기 경쟁에서 당분간 단독 드리블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본선을 생각하면 민주당의 패배가 이 지사 입장에서도 위기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은 “혹자는 재·보선 참패가 이 지사에게 이득이라고 하지만, 이는 당 이외엔 기댈 곳이 없는 우리 입장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결국 당이 살아야 이 지사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 또 나올 수도

이 지사는 당분간 ‘기본주택’ 등 자신의 정책 대안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화난 민심을 달랜다는 구상이다. 현직 도지사인 이 지사가 직접 당 위기에 개입할 방법도 없다.

당 위기 해법을 둘러싼 논란 속에 당초 7~9월로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 일정 연기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실제로 이 지사 견제를 위해 친문 세력이 경선 연기론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려 한다면 양측 간엔 사생결단식의 갈등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친문 제3후보론’도 있다. 그간 ‘이재명 대(對) 이낙연’ 구도에선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가 당 주류들과 훨씬 원만한 관계였다. 하지만 양강 구도의 붕괴를 계기로 이 전 대표의 자리를 노린 새로운 친문 후보들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가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다음 주로 예정된 이란 출장을 마치는 대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뒤 곧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그는 출신(호남)·경력(총리)이 겹치는 이 전 대표와 그동안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온화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권력 의지와 근성이 강하다. 코로나 위기 극복에 온몸을 던졌다는 점을 앞세울 것으로 보이지만, 본인의 총리 재임 기간 국정 지지도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 부담이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 사태의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또 다른 ‘제3후보’ 주자로 거론되는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더 강한 개혁을 하지 못해 재·보선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에선 추 전 장관이 이미 대안으로 거론된다. 본인도  “국민께서 인정하고 부르시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이 떨어지는 건 고질적인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광재, PK에 공들이며 외연 확장

선거 기간 부산에 상주했던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부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원 출신인 이 의원이 PK(부산·경남)에 공을 들이며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당 안팎에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김두관·박용진 의원 등도 거론된다.

대선후보들의 움직임에도 당분간 한계가 불가피하다. 당 위기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곽 조직을 공개적으로 꾸리거나 지지를 호소하기가 쉽지 않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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