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달인’ 김병만 파일럿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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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항공조종사 유니폼을 입고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포즈를 취한 개그맨 김병만. 최근 국내 연예인 최초로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CPL)을 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1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항공조종사 유니폼을 입고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포즈를 취한 개그맨 김병만. 최근 국내 연예인 최초로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CPL)을 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도전의 달인 김병만은 어디까지 비상하려는 걸까. 각종 자격증·면허증 부자인 그가 이번엔 항공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내로라하는 연예인 중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CPL)은 그가 처음이다. 꼬박 3년, 각종 필기시험만 서른한 번 봤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파일럿의 꿈을 비로소 이뤘다”는 그를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막대 세 개짜리 CPL 견장을 단 유니폼까지 챙겨온 그의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공군홍보대사 때 F16 탄 게 계기
3년간 필기시험만 서른한 번 치러
10시간씩 열공, 촬영장서도 공부
“40대 중반, 새로운 꿈 계속 생겨”

지난 10년간 언론 인터뷰가 뜸했다.
“‘정글의 법칙(이하 정법)’ 등 해외 촬영이 많아 짬이 안 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정법이 국내 촬영으로 일시 전환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3년 전부터 별렀던 항공조종사 자격증도 단계별로 땄다. 지난 3월 19일 CPL 면장(항공분야 자격증을 부르는 말)이 나왔다. 국내 연예인 중 초경량 항공기 자격증 보유자는 있어도 자가용 및 사업용 비행기 면장까지 딴 건 내가 처음이다.”
면장을 따려 한 이유는.
“2015년 공군홍보대사를 할 때다. G테스트에서 6G(지구 중력의 6배)를 견디고 F16 전투기를 탔는데, ‘와! 이거다’ 싶었다. 스카이다이빙에 한창 빠졌을 때다. 시간이 안 나 엄두를 못 내던 중 2017년 촬영하다 허리를 다쳤다. 난 몸을 쓰는 사람인데 끝난 것 아닌가, 우울감이 몰려왔는데 스카이다이빙하며 알게 된 기장님이 병문안을 왔다. ‘저 비행기 가르쳐주세요.’ 그렇게 시작된 공부가 3년 걸렸다.”
시험이 어렵나 보다.
“비행이론, 항공기상, 교통통신, 항공법, 항법 등 다섯 과목 필기를 통과해야 한다. 무선통신사 자격증도 필요한데 그게 또 네 과목이다. 필기시험을 과목당 여러 번 떨어졌고, CPL 딸 때까지 서른한 번 봤다. 학교 때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내가 하루 10시간씩 앉아있었다. 정법 촬영 때도 문제집 챙겨가서 풀었다. ‘이거 통과하면 난 학교 때 공부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다’ 주문을 걸었다. 실기비행은 200시간 의무인데 벌써 210시간 탔다.”

김병만이 가진 자격·면허증은 10여개. 탠덤 스카이다이빙 교관 및 코치,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 보트면허, 바이크 소형·대형 면허, 굴삭기, 지게차, 공업 배관 등이다. 예능 프로그램 틈틈이 갈고 닦은 기술이다. “피겨 초급도 있다. 2011년 SBS ‘키스 앤 크라이’ 하며 딴.” 당시 ‘개콘’에서 3년 11개월간 약 250명의 캐릭터를 선보인 ‘달인’ 코너를 끝내려던 차였다. “예능국장님이 ‘키스 앤 크라이’도 끝나는데 뭐하고 싶냐 해서 ‘톰 소여의 모험 같은 게 꿈이다. 무인도에서 야자 따고 집 짓는 거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오지 다큐 전문PD까지 가세해 몇 주 만에 출범한 게 ‘정글의 법칙’이다.”

벌써 10년. 힘들진 않았나.
“무대에서 땀을 흘려야 일을 한 것 같다. 사람들이 ‘왜 좋은 길 놔두고 자갈밭 가느냐’고 하는데, 이런 게 즐겁다. 정글 생활 10년 하니 집보다 편하다. 코로나 19로 오지에 못 가서 모두 우울해 한다.”
정글이 왜 그리운가.
“진흙뻘에서 지독한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전혀 안 그렇다. 울창한 숲이 있어 도시보다 탁하지 않다. 정글 안쪽엔 벌레도 별로 없다. 코가 뻥 뚫린다. 그리고 잡생각이 안 든다. 단순해지고 자꾸 궁금증이 생긴다. 이건 무슨 맛이 날까, 먹어도 되나. 먹는 것, 불 피우는 것, 잘 것만 생각한다. 원주민들도 순수하고, 손짓발짓으로 말이 다 통한다. 내가 시골(전북 완주군 화산면) 출신이라 어릴 적 사진 보면 홀딱 벗은 게 원주민이나 매한가지다. 마음껏 뛰놀던 걸 다시 체험하는 기분이다.”
김병만은 리얼리티 예능 '정글의 법칙'에서 10년 간 지구촌 오지를 누벼왔다. [사진 김병만]

김병만은 리얼리티 예능 '정글의 법칙'에서 10년 간 지구촌 오지를 누벼왔다. [사진 김병만]

2011년 10월 처음 방송한 ‘정글의 법칙’은 아프리카의 사바나부터 마다가스카르의 사막, 히말라야, 시베리아 등 지구촌을 누볐다. 출연진이 50기를 넘는 동안 김병만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원정대 이름이 ‘병만족’일 정도. 리얼 버라이어티 특성상 때로 조작·과장 논란이 일었지만 김병만 개인 문제로 프로그램이 흔들린 적은 없다.

“원래 겁 많고 내성적인데, 오지에선 내가 형이라 나서서 하다 보니 요령이 몸에 뱄다. 물이 무서워 스킨스쿠버를 배웠고 만약을 대비해 스카이다이빙도 익혔다. ‘익스트림’에 도전하는 게 연예계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도움 된다. ‘김병만스러운 재능’들을 계속 모으는 작업이기도 하고.”

어느덧 40대 중반. 힘에 부칠 수도 있는데, 이젠 ‘숙달된 훈련’이 자산이란다. 기후·지역별 재료를 파악해 불 지피는 건 기본이고, 초반 사나흘 걸리던 집짓기도 반나절이면 뚝딱이다. 최근 국내 촬영분량은 “너무 쉬워서 출연진 여행 가이드 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원주민 어르신들이 동물을 쫓지 않아도 잡는 노하우가 있듯, 나도 노하우가 있다. 시청자에겐  ‘김병만도 40대에 비행 조종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 어떤 이는 방송사 덕 아니냐고도 하는데, 나도 신문배달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꿈·목표가 자꾸 생기고 바뀐다. 죽을 때에나 꿈이 끝날 것 같다.”

그는 “앞으로 자가용 비행기 시대가 열릴 텐데 ‘여수 밤바다 보러가기’ ‘제주 물회 먹으러 가기’ 이런 체험을 TV 프로그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종사 동반해서 내가 몰고 올라간 비행기에서 스카이다이빙해서 뛰어내리는 게 꿈이다. 제가 ‘정글의 법칙’ 말고도 보여드릴 게 아직 많다, 하하.”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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