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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버전 에어비앤비 허용···내 차 빌려주고 용돈 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6차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를 개최했다. [사진 과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6차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를 개최했다. [사진 과기부]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빌려주거나 환자를 이송해주고 수익을 얻는 사업이 가능해진다.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의 자동차 버전인 셈인데, 정부가 관련 규제를 정비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심의위는 이날 자동차 공유서비스 기업 타운즈가 신청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실증특례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안전성 등을 시험·검증하기 위해 제한된 구역·기간·규모에서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같은 아파트단지 주민끼리 자동차 임대 가능

카넥스트도어는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베뉴를 개조해 호주에서 공유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현대차]

카넥스트도어는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베뉴를 개조해 호주에서 공유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현대차]

타운즈는 한 아파트·오피스텔 단지에 사는 주민들끼리 서로 차량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자동차대여 중개 플랫폼(타운카)을 선보였다. 여기서 본인의 차량을 빌려주고 싶다면 대여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규에 따르면, 자동차 1~2대를 소유한 사람은 자동차대여(렌터카) 사업을 할 수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이 렌터카 사업의 최소 등록요건을 50대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또 자동차대여 사업자는 반드시 별도 사무실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렌터카 사업자가 갖춰야 할 신고서류 중 하나인 차고지 증명을 아파트 입주확인서로 대체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국이 규제에 묶여있는 동안 미국(튜로), 호주(카넥스트도어) 등에서는 개인끼리 차량을 빌려 쓰는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심의위는 “사회 기반 시설이 부족한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동권을 확대하고, 교통난·주차난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날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타운즈는 조만간 경기도 하남에서 타운카 실증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차량. 지금까지 한국에선 규제때문에 민간 기업이 유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모타빌리티 캡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차량. 지금까지 한국에선 규제때문에 민간 기업이 유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모타빌리티 캡쳐]

이동 보조기기를 판매하는 힐빙케어와 병원 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츠모빌리티·메이븐플러스 등 3개사가 신청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중증 질환자는 자주 병원에 다녀야 하지만 교통수단이 부족하다. 예컨대 약 100㎏ 무게의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환자의 경우 휠체어를 싣고 병원에 방문하기가 어렵다.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환자 역시 구급차가 아니면 병원을 오가기 어렵다.

“거동 불편한 외래 환자에게 편익 제공” 

이번에 실증특례를 요청한 기업은 휠체어 탄 사람을 태울 수 있는 특수차량을 보유했거나 병원에서 환자와 동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하지만 현재는 민간기업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돈을 받을 수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자가용을 이용해 돈을 받고 교통 약자를 운송하는 행위는 국가·지방정부만 가능하다.

심의위는 “노인·장애인 등 이동 약자의 교통 편의성 제고가 기대되고, 민간에서도 이동 약자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실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병원 이송 서비스는 일단 서울·경기·인천지역에서 시범 운영된다. 실증 결과를 토대로 국토교통부와 규제 완화 협의를 진행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제16차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회의를 주재 하고 있다. [사진 과기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제16차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회의를 주재 하고 있다. [사진 과기부]

김원종 네츠모빌리티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할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고 생업에 종사하는 보호자도 매번 진료에 동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번 심의위 특례를 계기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심의위는 이 밖에도 청소년 연령을 확인하는 서비스나 경품 교환 게임 서비스도 실증특례를 허가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오늘 심의위를 통과한 과제는 지역사회 교통난 해결부터 모빌리티 혁신까지 다양한 사회적 가치 증진을 실험할 기회”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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