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덮은 LH, 단일화 직후엔 생태탕 공방…표심 흔든 재‧보선 주요 장면들

중앙일보

입력 2021.04.07 12:37

업데이트 2021.04.07 13:03

4‧7 재‧보선 레이스는 총선·대선을 방불케 할만큼 격렬하게 전개됐다. 전임 시장들의  성추문 사건으로 한국의 제1·2 도시에서 동시에 보궐선거가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데다, 후보단일화 이슈와 부동산 문제 등이 얽히면서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① ‘미투’로 시작된 선거, 여권에선 “재평가” 주장도

시선 박원순 오거돈

시선 박원순 오거돈

지난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시장직을 내려놨고, 같은 해 7월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했다. 지난달 17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상황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하면서 해당 사건이 다시 부각됐다.

야권은 선거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두 전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선거”란 점을 부각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피해 여성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지난달 8일)”며 몸을 낮췄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박원순 재평가”를 주장하면서 난맥상을 드러냈다.

② 가덕도 띄웠지만 LH가 덮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종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종근 기자

부산에선 열세인 민주당이 반격의 카드로 꺼낸 ‘가덕도 신공항’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2월 26일 민주당 주도로 12조8000억원 규모(국토부 추산)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덕도를 직접 찾는 등 정부‧여당이 총력 지원에 나서자 야당은 “선거용 토목공사”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 처음 불거지면서 부동산 이슈가 정국의 ‘블랙홀’이 됐다. ‘불공정’ 키워드로 들끓은 민심이 집값 상승, 세금 문제 등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옮겨 가면서 2월까지 민주당이 앞서던 서울시장 판세도 3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재빨리 합동조사에 착수했지만 지난달 11일 1차 결과 발표에서 투기 의심자 20명 적발에 그치면서 오히려 비난 여론이 더 거세졌다.

3월 말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주요인사들이 임대차3법 직전 전‧월세를 크게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논란까지 터졌다. 청와대는 논란 하루 만에 김상조 실장을 경질하면서 서둘러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뒤이어 임대차 3법을 주도했던 박 의원의 임대료 인상 문제까지 터져나오자 “여권 인사들이 여당 후보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지경이었다.

③단일화 성사에서 생태탕·페라가모 논란으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공동선대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인근에서 공동유세를 했다. [오 후보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공동선대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인근에서 공동유세를 했다. [오 후보 페이스북 캡처]

3월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간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선거구도가 급변했다. 당초 양측 간 팽팽한 줄다리기로 단일화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단일화 성사 후엔 안 대표가 오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지원유세를 뛰면서 힘을 실었다.

선거 막판에는 ‘생태탕’과 ‘엘시티’ 등 야당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겨냥한 여권의 네거티브전이 본격화했다. 특히 오세훈 후보가 2005년 당시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동행하고 인근 생태탕 집에 방문했는지를 놓고 ‘생태탕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지난 5일 오 후보와 박 후보가 맞붙은 마지막 TV토론에서도 박 후보가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오 후보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였고, 오 후보도 박 후보를 향해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반격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생태탕 집 사장들이 들고일어날 일”(정청래 민주당 의원), “생떼탕 끓이려 안간힘을 쓴다.”(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 설전이 양측 간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선거 전날인 6일에는 박 후보가 직접 “오 후보가 (땅 측량 당시) 신었다는 페라가모 로퍼 사진을 찾기 위해 네티즌들이 총출동했다”며 증거 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 후보는 즉각 “사진만 봐도 그 브랜드가 아닌 걸 알 수 있다. (내가 신은 건) 국산 브랜드”라며 “어떻게 후보가 직접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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