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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 이기거나 천상을 상상한다…2021 교향악단 '팬데믹 선곡표'

중앙일보

입력

2021 교향악축제에서 과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후 '행복합시다'를 앙코르로 들려준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사진 예술의전당]

2021 교향악축제에서 과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후 '행복합시다'를 앙코르로 들려준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사진 예술의전당]

매년 봄 열리던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여름에 열렸다. 1989년 시작해 전국의 오케스트라가 하루씩 맡아 참여하는 음악제. 올해는 객석 띄어앉기 등 방역 대책을 마련해 제때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했고, 이달 22일까지 21개 교향악단과 협연자가 무대에 선다.

2021 교향악축제,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서

여느 때와 같지 않은 음악제에서 오케스트라는 어떤 곡을 연주해야할까. 21개 교향악단의 지휘자들은 저마다 팬데믹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연주곡을 골랐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협연자들은 앙코르 곡에 의미를 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싸워나가는 생명의 의지를 그린 교향곡이 다수 들어있다. 지난달 31일 창원시립교향악단은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의 교향곡 4번 ‘불멸’을 골랐다. 1차 세계대전 중에 작곡된 음악에서는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갈등한다. 지휘자 김대진은 프로그램 노트에서 “시련과 도전에 대항하고 극복하는 과정, 그 노력의 대가를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이달 16일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아람 하차투리안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작곡된 음악이다. 지휘자 박준성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았던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풍자적 반어법으로 현실에 저항했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 ‘1917년’도 연주된다. 7일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의 무대다. 지휘자 백진현은 “당시의 사회적 현상 속에서 작곡가의 고뇌와 인간의 도전의지를 엿볼 수 있으며 코로나로 위축된 이 시대에 진한 영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평안과 천상을 상상하는 음악을 고른 이들도 있다. 14일 무대에 서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최희준은 “말러 교향곡 4번을 통해 가난과 질병이 없는 천상의 삶을 음악으로 들려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소프라노는 풍요롭고 결점없는 천국의 삶을 노래한다. 22일 마지막 무대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차웅은 이날 연주할 브람스 3번에 대해 “마지막 4악장은 그의 교향곡 중 유일하게 고요하고 평온하게 끝난다”고 했다. 또 “하루 빨리 이 어둠이 물러가고, 고요하고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평온함만큼이나 흥겨움을 그리워하는 작품도 있다. 9일 무대에 서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작곡가 김택수의 새로운 작품 ‘짠!!(Zzan!!)’을 초연한다. 김택수는 작곡 노트에서 “해변가 안쪽에 위치한 먹자골목에서 밤을 잊은 사람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긴 하루의 노고를 씻어내면서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 젓가락 두드리는 소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부산시향의 지휘자 최수열은 “마음껏 웃으며 대화하고, 서로의 잔을 부딪히며 즐겁게 춤추던 때가 그립다. ‘짠’과 라벨 ‘라 발스’(왈츠)를 통해 음악의 축배를 들고 싶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앙코르 곡도 때로는 위로를 건넨다. 2일 과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클라리넷 연주자 채재일은 앙코르로 지오르 페이드만의 ‘행복합시다(Let’s be happy)’를 들려줬다. 4일 춘천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이종진은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모두 라(D) 장조로 찬란한 승리를 노래하는 곡이다. 춘천시향은 역시 라 장조의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을 앙코르로 골랐다.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리는 교향악축제의 무대에서도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대부분이 앙코르 곡을 준비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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