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125조 OTT 시장 속…'킬러 콘텐츠' 찾아내는 그녀

중앙일보

입력 2021.04.07 08:04

업데이트 2021.04.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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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서 콘텐츠로 가치의 흐름이 기울고 있습니다. '이건 이래야 한다'고 믿어 왔던 콘텐츠 판의 규칙도 깨지고 있죠. 지금, 콘텐츠 판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퀸즈 갬빗(드라마)·싱어게인(예능)·미나리(영화)·디아블로2(게임)까지. 하나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름들을 하나의 실로 꿰는 사람이 있다. 매일 새벽까지 ‘콘텐츠 판’을 들여다보는 노가영 작가의 이야기다. 영화 배급·편성 등의 일을 경험한 그는 국내 통신기업에서 플랫폼·콘텐츠 전략을 연구하다가 직접 트렌드 변화를 정리한 책을 썼다. 그렇게 2017년 처음 내놓은 책이 『유튜브 온리』였다.

그의 분석은 유튜브에서 그치지 않았다. 비디오와 오디오는 물론 웹툰과 게임, SNS까지 섭렵하며 관련 내용을 담은 『콘텐츠가 전부다』 시리즈를 2020년과 2021년에 출간했다. 그 사이 콘텐츠를 유통하는 통로 중 하나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00억달러(약 125조원, 보스턴컨설팅그룹 추산) 수준이 됐다. 노 작가는 앞으로 ‘Whole New Contents World(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세상)’가 열릴 것이기에 콘텐츠 판을 더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전망을 들으며 무엇이 콘텐츠가 전부인 세상을 만드는지 묻고 싶었다. 지식플랫폼 폴인(fol:in)은 지난 3월말, 노 작가를 직접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가영 작가는 "앞으로 더 콘텐츠가 전부인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노가영]

노가영 작가는 "앞으로 더 콘텐츠가 전부인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노가영]

1년 간격으로 콘텐츠 판의 흐름을 담은 책 두 권을 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판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었나요?

우선 콘텐츠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씨네키드’로 성장했어요. 직장 생활도 CJ CGV에서 시작했죠. 첫 직무는 영화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 이 직무의 경우 면접 전 제출해야 하는 사전 보고서가 있었는데요. 이걸 위해 2003년 당시 여름을 겨냥한 영화 ‘바람난 가족’과 ‘싱글즈’의 배급 스크린 수· 마케팅·스토리·극장 타깃을 박스오피스와 연계해 분석했었습니다. 빨리 분석해서 내 것으로 소화하는 태도가 이때부터 길러진 것 같아요.

이후 직장을 통신기업으로 옮긴 뒤에는 17년 동안 IPTV 사업전략, 뉴미디어 콘텐츠 투자 및 OTT 전략 등을 연구했어요. 그러면서 2015년쯤 한국의 모바일 미디어 시장이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봤죠. 지켜본 변화를 글로 풀어보고자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출간한 『콘텐츠가 전부다』 시리즈는 후배들과 3인 공동으로 쓰고 있어요.

대표저자로서 모든 분야를 아우르기 쉽지 않을 텐데요.  

네이버TV를 통해 볼 수 있는 화제의 영상 클립 ‘TOP100’을 챙겨봅니다. 지금 한국 시장의 가장 최신 비디오 트렌드를 전달해주는 선생님이죠. 좋아하는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보는 건 기본이고, 인스타그램도 하루에 20번은 드나드는 편이에요. 시청률이 높거나 소셜 바이럴이 되는 건 늘 VOD로 보고요. 요즘 기준으로 하면 SBS의 ‘펜트하우스2’, JTBC의 ‘아는 형님’ 등을 보고 있어요. 이렇게 모든 영역을 보다 보면 매일 새벽 2~3시쯤 잠에 들죠.

그래도 힘에 부치는 분야가 있지 않나요?  

게임과 관련해 웃지 못할 노력이 있었습니다. ‘리니지’ 과외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분야도 중요한 트렌드이기에 이걸 직접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거든요. 혼자서는 따라가기 힘들어서 지난해 겨울 ‘숨고’라는 생활서비스 매칭플랫폼을 활용해 두 달 정도 리니지 과외를 받았어요. 돈을 내고 게임을 공부한 셈이죠.

이렇게까지 콘텐츠를 연구하는 건 단순히 좋아서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콘텐츠 온리(contents only)’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제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가치의 흐름이 기울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콘텐츠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저울질하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이죠. 2019년 이전만 해도 OTT로 대표되는 플랫폼은 당장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가입자 확대가 가능했습니다. 유통과 마케팅만으로도 충분했죠.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 과잉이 일어났고,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졌어요.

이 배경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블록버스터나 높은 시청률의 방송을 보지 않아도 내 취향의 콘텐츠가 재미있다는 걸 학습하게 했어요. 보편성 높은 콘텐츠에서 내 취향의 콘텐츠로 흐름이 바뀐 거죠.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용자들이 '자기 취향의 콘텐츠'를 보는 재미를 학습하게 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용자들이 '자기 취향의 콘텐츠'를 보는 재미를 학습하게 했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취향 전쟁’에서 앞섰지만, 앞으로의 플랫폼 간 경쟁은 어떨까요?  

먼저 두 공룡의 전쟁이 있을 겁니다. 넷플릭스와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론칭을 준비하는 디즈니플러스의 경쟁이죠. 국내 OTT들도 바쁩니다. 최근 KT가 3년 동안 4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 외에 쿠팡플레이도 올해만 1000억원을 콘텐츠에 쓰겠다고 발표했어요.

이렇게 경쟁이 격화하면서 ‘슈퍼 갑’ 수준이던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점진적으로 분배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머니파워와 기술·마케팅에서 한발 앞선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쏠리는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겁니다.

앞으로 콘텐츠의 흥행 규칙도 변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이거는 하면 안 돼”와 같은 전통의 규칙을 깨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유튜브와 넷플릭스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홈 엔터테인먼트’도 한몫했습니다. ‘트로트’의 대성공은 특정 장르가 대중문화의 대세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깬 대표적인 사례죠. 또 장르 영화는 잘 안된다는 선입견을 깬 영화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435만명이 봤죠.

규칙이 깨지는 이유가 뭘까요?  

크게 3가지예요. 먼저 ‘플랫폼의 다양화’입니다. 극장 영화는 이래야 한다거나, TV용은 저래야 한다는 공식이 사라졌습니다. 둘째는 ‘풀버전’을 소화해야 하는 시대가 끝났습니다. 짧은 클립으로 소화해도 충분한 콘텐츠가 많아졌죠. 마지막으로는 넷플릭스, 유튜브로 대표되는 ‘취향의 발견’, 콘텐츠의 세분화입니다.

그럼에도 흐름을 이끄는 대세는 계속 나타나지 않나요?  

규칙은 무너졌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트렌드는 존재합니다. 콘텐츠의 스타일·장르·스토리 등을 아우르는 유행이라 부르는 것들입니다. 지금의 유행은 ‘비주얼 중심의 서커스’ 같은 작품이에요. 마블 콘텐츠가 대표적이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도 같은 맥락이죠.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보다 비주얼이 화려한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분위기예요. 하지만 이런 트렌드 역시 순환합니다.

소위 ‘킬러 콘텐츠’라고 부르는 대세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주목할 만한 대세 콘텐츠를 볼 때 몇 가지 기준을 세웁니다. 콘텐츠 하나가 만드는 매출액(시청률 또는 박스오피스)과 같은 정량적인 척도와 디지털 바이럴 효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장·사회적 영향력을 보죠. 여기에 현재 사회적으로 거론되는 담론을 함께 보면서 ‘킬러 콘텐츠’를 판단합니다.

올해 눈여겨봤거나 기대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체스가 소재로 다뤄진 넷플릭스의 ‘퀸즈 갬빗’을 꼽고 싶어요. 최근 의류 광고에서 체스 아이템을 활용하고, 체스판 관련 전시회도 열리는 등 오프라인 확장이 이뤄졌죠. 그다음 각종 영화제 수상을 휩쓸고 있는 영화 ‘미나리’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JTBC의 ‘싱어게인’ 역시 파급력이 강했죠. 게임으로는 레트로 열풍을 이어갈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 리뉴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더 호전된다면, 극장에 500만명 이상이 들어오는 ‘킬러 무비’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IPTV에 밀린 DVD는 홈엔터테인먼트라는 같은 영역에서 경쟁한 것이 맞지만, OTT가 극장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보거든요. 아직 극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의 엔터테인먼트 대체재는 없다고 생각해요.

4월 14일에 열리는 폴인 온라인 세미나 〈끝없는 성장, '콘텐츠 온리' 시대가 온다〉.

4월 14일에 열리는 폴인 온라인 세미나 〈끝없는 성장, '콘텐츠 온리' 시대가 온다〉.

미디어 트렌드 전문가인 노가영 작가가 이야기하는 향후 콘텐츠 시장에 대한 전망과 판을 읽는 방법은 지식플랫폼 폴인이 여는 온라인 세미나 〈끝없는 성장, ‘콘텐츠 온리’ 시대가 온다〉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세미나는 4월 14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온라인으로 열린다.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폴인 멤버십 회원은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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