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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죄책감 NO! 성수동에는 '포장지' 없는 마트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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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환경, 커뮤니티,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을 ‘체인지메이커’라고 부릅니다. 루트임팩트는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체인지메이커로 임팩트 투자와 지원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폴인은 루트임팩트가 체인지 메이커 5인을 인터뷰한 팟캐스트 '헤이 리슨' 콘텐츠를 〈체인지 메이커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들〉 스토리로 정리했습니다.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 있는 더피커 매장/ⓒ더피커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 있는 더피커 매장/ⓒ더피커

쇼핑하고 나면 한가득인 제품포장지. 우리의 죄책감도 한가득 되곤 합니다. 만약 포장을 싹 벗겨서 파는 마트가 있다면 어떠신가요? 바로 ‘더피커’(the picker)가 있습니다.

제품 포장지를 몽땅 벗겨낸 마트는 어떤 모습일까요? 식재료나 생필품이 담긴 커다란 유리병이 쭉 진열돼 있습니다. 유리병에는 파스타면, 브라질 넛트, 콩 등이 담겼어요. 곡물은 포대자루에서 퍼 담으면 됩니다. 가격은 바코드 대신 고객이 담아온 물건의 무게를 재서 책정합니다. 물론 용기 무게는 빼고요. 조금 불편하긴 해도 윤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이 생기고 화려한 포장이나 1+1 행사에 유혹돼 과소비를 할 가능성도 줍니다.

가치관과 신념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MZ 세대에겐 제로웨이스트가 미닝아웃(meaning out)의 한 갈래이기도 합니다. MZ 세대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죠. 과거 일부 소비층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던 친환경 소비 방식이 이제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경험이 된 겁니다.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이른바 '쓰레기 대란'으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란'은 그동안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더 이상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인데요. 이때 많은 사람들이 당장 우리 집앞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제로웨이스트 움직임이 먼저 시작된 해외에는 제로웨이스트 숍을 찾아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네덜란드에는 74개가 넘는 지점을 가진 에코플라자라는 제로웨이스트 샵 체인이 있다고 해요. 한국에도 이제 하나둘 제로웨이스트 숍이 생기고 있는데요. 2016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곳이 바로 더피커입니다. 더피커는 이제 '쓰레기가 없는 매장'을 넘어 건강한 소비문화의 회복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포장지를 싹 벗겨 죄책감을 덜어낸 마트

송경호 더피커 대표/ⓒ어도러블플레이스

송경호 더피커 대표/ⓒ어도러블플레이스

(중략) 도대체 어떻게 포장재 없이 식재료를 팔 수 있다는 건지 상상이 안 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곡물을 예로 들면 쌀을 큰 포대에 담아 매장에 진열해 둡니다. 그러면 고객이 각자 가져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 담아 구매합니다. 캐슈넛은 머그컵에 담은 뒤 저울에 달아 컵의 무게 만큼을 뺀 그램 수를 계산해 결제하고요.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때 재래시장에서 한 되로 퍼서 팔고 사던 모습을 떠올리시면 돼요. 집 있는 주전자 들고 가서 막걸리를 사오던 그런 느낌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더피커는 리빙 제품도 판매하는데요. 칫솔, 행주, 화장솜, 행주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필품을 중심으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제품이 아닌 대체 물품들을 선별해 판매합니다.

단순히 포장 판매를 줄이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더피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제품 생산 과정 전반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리고 이에 맞는 기준을 세워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농장이면 농장, 공장이면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 단계와 유통 단계에서 어느 정도 불필요한 포장을 줄일 수 있는지 체크합니다. 생산 과정에서 불필요한 자재를 안 쓰고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물과 탄소 사용량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꼭 직접 가서 확인합니다. 유통도 포장 없이, 혹은 재사용 가능한 방법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요.

포장지 없이 진열된 더피커 매장의 농산물들. '수확하다'라는 뜻의 'Picker'에서 착안해 고객이 마치 고구마, 감자 등을 수확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더피커

포장지 없이 진열된 더피커 매장의 농산물들. '수확하다'라는 뜻의 'Picker'에서 착안해 고객이 마치 고구마, 감자 등을 수확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더피커

여유있는 사람들이나 제로웨이스트 하는 거 아닌가요?

제로웨이스트가 조금은 더 비싸다보니 ‘이건 좀 부자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겠지?’ ‘내가 하기에는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이렇게 제로웨이스트 시도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저는 ‘비용의 걱정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삶으로 실천해보시라’는 대답으로 시작합니다.

'비싸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 이런 습관을 실천하시는 분들의 경우 생활비가 40% 정도 감소했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아무래도 오래 쓰고 고쳐 쓰니까요. 원하는 양 만큼만 사기도 하고요. '시간적 여유'와 관련해서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삶에서 거꾸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삶의 우선순위를 재배열하는 과정 속에서 인식의 전환이 생기는 거죠.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할 거야’라는 생각도 다른 각도로 접근해 볼 수 있어요. 더피커에서 캐슈넛을 구매한 고객 분 중에 “다 먹고 난 후 쓰레기 버릴 일이 없어서 편했다”고 하는 분이 계세요. 소비 후 쓰레기를 버리는 수고가 사라진 거죠. 대신 소비하기 전 컵을, 장바구니를 챙기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인 거고요. 그러니까 내가 할 수고가 바뀌었다 뿐이지 더 불편한 건 아닙니다. 그렇게 들이는 수고를 소비 ‘후’에서 ‘전’으로 바꿔도, 생활비도 절감하고 지구에도 좋고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만족감까지 1석 3조를 누릴 수 있어요.

물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뭔가를 비워내야하고 바꿔야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적용해볼한 삶의 방식이며 여유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로웨이스트에 조금씩 발을 들이고 삶의 순서를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여유를 찾아가더라고요.

쓰레기를 줄이고 나아가 건강한 소비문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더불어 기업 그리고 정부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에 2018년부터 협업의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주로 지속가능한 기업 운영 기조를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수립하는 데 관여합니다. '20XX년도까지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와 계획을 사업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중략)

장기전을 위한 더피커의 콘텐츠 전략

더피커가 판매하는 천연 수세미/ⓒ더피커

더피커가 판매하는 천연 수세미/ⓒ더피커

고객들이 더피커를 흥미롭게 바라봐주는 부분 중 하나는 친절한 콘텐츠 전달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천연 수세미를 구매한다면 이 천연 수세미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환경에는 왜 이로운지, 또 어떻게 사용하면 조금 더 만족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어요.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를 제품과 함께 제공해 고객이 소비라는 행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공 들이고 있어요.

더피커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건강한 소비문화 회복해나가는 일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소비를 좁은 관점에서만 바라봅니다. 이는 진열대에 오른 상품의 상태와 가격만을 보고 판단하는 방식인데요. 쉽게 말하면 당장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에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를 공식처럼 봅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이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 졌고, 폐기가 될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따진다면 그 상품의 가치는 아마 달라질 겁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오염과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세금, 이렇게 오염된 환경으로 인한 황사 마스크나 공기청정기와 같이 원래는 필요 없던 물건을 사야하는 비용 등 말이죠. 그래서 더피커는 어떻게 물건을 소비해야 진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인지 소비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게 해주고, 또 친환경적인 소비가 결국 우리가 사는 터전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는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하세요!'가 아닌 '함께 해보실래요?'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저희가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의 어조와 분위기 입니다. 여전히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은 '이렇게 해야 옳다'고 콘텐츠를 전달하면 껄끄러우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소비'라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결심하고 주변에도 이를 권유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A보다는 B를 쓰는 게 더 좋아'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종종 싸움이 일어나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설명이 아닌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기에 데이터라는 근거를 들어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이제 감정의 골이 생깁니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옳다는 건 알겠지만 실천 하기는 싫어지는 거죠. 이렇게 설득 방식에 따라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음을 그 때 알았습니다. 이런 쓰디 쓴 경험을 바탕으로 일단 가르치듯이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태도를 갖췄지요. 대신 이 선택이 환경에 어떻게 좋으며 멋진 선택인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후략)

※ 이어지는 인터뷰는 폴인 fol:in 에 연재 중인 스토리북 〈체인지 메이커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들〉 2화 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나의 내일을 위한 지식플랫폼, 폴인 fol:in

체인지 메이커를 위한 체인지 메이커 루트임팩트가 만드는 팟캐스트  ‘헤이리슨' 인터뷰를 폴인이 읽기 좋게 정리했습니다.  

전문성과 도전 정신으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선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체인지 메이커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들〉 에서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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