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축소 檢에 앞다퉈 갔다···4·7 재보선 수북한 고소·고발장

중앙일보

입력 2021.04.07 05:00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도 여야 간 상호 고소‧고발 남발이 되풀이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권한이 대폭 축소된 가운데에도 검찰 앞에 고소‧고발장이 쌓였다. 정책은 실종된 채 극심한 ‘네거티브’ 공방만 벌인 결과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방송기자클럽 초정 마지막 토론회에 앞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방송기자클럽 초정 마지막 토론회에 앞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내곡동 의혹 두고 여야 고발 경쟁

7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여야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고소‧고발전은 지난달 9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이 오 후보자에 대한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다음날인 10일 천 의원 등을 허위사실 유포와 후보자비방죄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오 후보 측이 거짓말을 한다며 허위사실유포로 맞고발했다.

이후에도 여야의 고발 행진은 끊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달 23일 전직 서울시 주택국장을 고발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오 후보에 유리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일에는 전날 내곡동 땅 측량 현장 입회를 부인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오 후보를 검찰에 재차 고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허위 사실 공표와 후보 비방 혐의로 고발했다. 조 전 장관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부인의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공시지가의 7배에 달했다”고 한 걸 문제 삼았다. 내곡동 의혹 관련 보도를 한 KBS에 대해서도 지난 28일 고발장을 검찰에 냈다.

내곡동 의혹뿐이 아니다. 박영선 후보는 배우자가 일본 도쿄에 아파트를 소유한 걸 두고 ‘야스쿠니 뷰’,‘토착왜구’라고 비난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본인 이름으로 고소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4·7 재보궐 선거를 이틀 앞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에서 생방송 토론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4·7 재보궐 선거를 이틀 앞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에서 생방송 토론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부산시장 선거도 진흙탕 싸움

부산시장 선거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측은 지난달 15일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을 허위사실공표죄,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도 지난달 25일 박 후보가 후보자 등록 당시 배우자의 건물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선거 이틀 전인 지난 5일에도 박 후보에 대해 “엘시티(LCT)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신속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박 후보가 이에 응하지 않아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도 고소·고발 전쟁에 합류했다. 진보단체인 광화문촛불연대 등은 최근 오 후보의 용산 참사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박 후보가 도쿄 아파트의 매각 절차가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며 박 후보를 고발했다.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서울 중구 장충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소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서울 중구 장충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소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넘치는 고소‧고발은 이번 선거전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생태탕’만 남은 선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여야는 내곡동 의혹 관련 오세훈 후보가 2005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생태탕 집을 방문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였다.

“검수완박 밀어붙인 與, 급하니 검찰 찾아”

이런 공방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며 선거 이후에도 수사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불 수 있다. 공은 검찰이 쥘 수 있다. 선거는 6대 중요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포함돼 올해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여당 일각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주장해 놓고 고소‧고발전을 여당이 주도한 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여 놓고는 선거를 앞두고 급하니 잇따라 검찰에 상대 당을 고소‧고발을 했다”며 “여당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의 원칙이 무엇인지 전혀 일관성이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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