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년 역사 왕실림, 축구장 5배 크기 호랑이숲…클래스가 다르네

중앙일보

입력 2021.04.07 05:00

업데이트 2021.04.07 16:24

수목원 평행이론③ 3대 ‘국립’ 수목원 

수목원은 풀과 나무가 있는 정원이다. 인간이 부러 흉내 낸 자연이란 뜻이다. 하여 수목원에는 사람이 있다. 꽃과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전국의 이름난 수목원 중에는, 인연으로 이어진 수목원이 있다. 각별한 인연으로 연결된 전국의 수목원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마침 신록의 계절이다. 수목원 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2021년 4월 현재, 산림청에 등록된 전국 수목원은 68개다. 허다한 수목원 가운데 ‘국립’ 두 글자가 붙은 수목원은 단 세 개뿐이다.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수목원을 아끼는 이라면 세 곳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SNS용 뽐내기 사진을 찍기 좋은 현란한 풍광은 없을지 몰라도 각별히 관리한 자연에서 안식을 누리기엔 더없이 좋다.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산간 오지에 틀어박혀 있어서 방문객 밀집 우려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한국 수목원의 자존심

 553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릉숲에 자리잡은 국립수목원은 한국 수목원의 자존심이다. 최대한 인위를 배제하며 한국 자생종만으로 이뤄진 수목원이다. 최승표 기자

553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릉숲에 자리잡은 국립수목원은 한국 수목원의 자존심이다. 최대한 인위를 배제하며 한국 자생종만으로 이뤄진 수목원이다. 최승표 기자

국립수목원은 경기도 포천과 남양주에 걸친 광릉숲에 들어앉아 있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힌 광릉 일대를 1468년부터 왕실림(王室林)으로 가꿨으니 무려 553년 역사를 헤아린다. 1987년 수목원 간판을 달고 방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산림청 직속 연구기관이자 3대 국립 수목원 중 큰 형다운 품격과 자존심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한국 자생종만으로 수목원을 가꾸고 있다. 외래 원예종으로 때깔 나게 꾸민 여느 사설 수목원과 달리 인위를 최대한 배제한다. 그래서일까. 희귀 동식물이 많이 산다. 5월 초 개화하는 복주머니란·광릉요강꽃은 국립수목원이 아니면 보기 힘든 멸종위기 식물이다. 크낙새, 장수하늘소, 하늘다람쥐 같은 천연기념물도 많이 산다.

국립수목원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식물이 많이 산다. 광릉요강꽃(왼쪽)과 크낙새. 사진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식물이 많이 산다. 광릉요강꽃(왼쪽)과 크낙새. 사진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예약제로 운영했다. 평일 5000명, 주말 3000명만 받는다. 면적이 11.19㎢에 달해 ‘거리두기’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올해 봄꽃 개화가 이례적으로 빨랐지만 국립수목원은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느긋하게 봄을 만끽하기에도 좋다. 육림호 주변에서 만발한 벚꽃을 보고, 빽빽한 전나무숲길을 걷는 코스가 가장 인기다.

호랑이 사는 아시아 최대 수목원 

백두대간 문수산(1206m) 자락에 자리한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 수목원이다. 축구장 7배 크기의 호랑이 숲에는 시베리아호랑이 네 마리가 산다. 최승표 기자

백두대간 문수산(1206m) 자락에 자리한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 수목원이다. 축구장 7배 크기의 호랑이 숲에는 시베리아호랑이 네 마리가 산다. 최승표 기자

2018년, 국립수목원은 동생을 얻었다. 산림청 산하기관인 한국수목원관리원이 경북 봉화군 첩첩산중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열었다. 이름처럼 백두대간의 식생을 연구하고 전시하는 게 주목적인 수목원이다. 개장 당시부터 ‘아시아 최대’라는 수식어로 이목을 끌었다. 전체 면적이 무려 51㎢에 달한다. 중점 조성지역이 2㎢에 불과하니, 수목원 96%가 자연림인 셈이다. 백두대간수목원은 37개 전시원을 갖췄다. ‘호랑이 숲’이 단연 인기다. 호랑이 숲은 동물원의 답답한 우리와 다르다. 축구장 5개 크기 방사장에서 4마리 호랑이가 산다. 5마리가 살다가 국립수목원에서 온 두만이가 지난해 숨졌다.

백두대간수목원의 37개 전시원은 낱낱이 하나의 수목원이라 할 만큼 넓고 볼거리도 많다. 산기슭에 조성된 암석원은 다양한 크기의 암석과 관목,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승표 기자

백두대간수목원의 37개 전시원은 낱낱이 하나의 수목원이라 할 만큼 넓고 볼거리도 많다. 산기슭에 조성된 암석원은 다양한 크기의 암석과 관목,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승표 기자

수목원이 워낙 넓어서 먼 거리는 트램을 타길 권하지만 숲길을 걸으며 산책해도 좋다. 이를테면 호랑이 숲에서 자작나무원, 암석원, 야생화언덕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누구나 걸을 만하다. 백두대간수목원은 국립 스목원 중 유일하게 1박 2일 '가든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숙박비 6만원(어른), 프로그램비 8000원.

열대식물 가득한 국내 최대 온실 

국립세종수목원은 여느 국립 수목원과 다른 도심형 수목원이다. 사계절 전시 온실 앞에 튤립꽃이 만발한 모습. 사진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은 여느 국립 수목원과 다른 도심형 수목원이다. 사계절 전시 온실 앞에 튤립꽃이 만발한 모습. 사진 국립세종수목원

3대 국립 수목원 중 막내인 세종수목원은 형들과 생김새가 영 딴판이다. ‘도심형 수목원’을 표방하며 지난해 세종시 신도심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깊은 산속에서 틀어박힌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는 태생부터 다른 셈이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이 “시민과 함께 나무가 자라고 자연이 회복되는 걸 관찰하고, 정원 가꾸기 같은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힌 걸 보면 알 수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이달부터 트램 운행을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미리 신청하면 편하다. 사진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은 이달부터 트램 운행을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미리 신청하면 편하다. 사진 국립세종수목원

규모는 형들보다 작지만 온실만큼은 꿀리지 않는다. ‘사계절 전시 온실’은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바나나와 파파야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열대온실에 들어서면 하와이나 동남아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 들고, 부겐빌레아꽃 흐드러진 지중해온실은 스페인의 예쁜 마을을 옮겨놓은 것 같다. 사계절 전시온실은 붓꽃을 형상화했다. 붓꽃은 세종시가 속한 ‘온대 중부 권역’을 대표하는 식생이자 세종수목원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오는 5월께 만발할 전망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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