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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막으니, 아파트 북적···주민들 "턱스크 상춘객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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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일 서울 여의도 벚꽃길에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뉴스1

4일 서울 여의도 벚꽃길에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뉴스1

“올해 봄꽃축제는 집에서 만나세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의미의 현수막이 걸렸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의도 봄꽃 축제를 취소했다.

여의도 통제하자 주변 아파트 인파 #날씨 풀리면서 청계천도 사람 북적 #야외활동 방역 느슨해져 감염 우려

“벚꽃 보러 아파트로 와” 주민 시름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길이 통제된 가운데 전날 내린 비로 떨어진 벚꽃잎이 바닥을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길이 통제된 가운데 전날 내린 비로 떨어진 벚꽃잎이 바닥을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인근 아파트 단지의 상황은 달랐다. 봄 정취를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6일 오전 11시쯤 여의도 윤중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인근 직장인들이 단지 내 공원을 찾았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심을 밖에서 먹기 위해 이곳을 들른 것이다. 60대 주민 A씨는 “점심때 아파트 안 공원에서 샌드위치나 커피를 사 들고 벚꽃을 보며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이 종종 눈에 띈다”며 “아무리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고 해도 마스크 내리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지하철 여의나루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70대 주민은 “윤중초 인근 도로는 통제 대상이 아니다. 지난주만 해도 벚꽃을 보려는 사람이 많이 몰려 주민으로서는 달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공원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어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 관계자는 “주민 통행을 고려해 윤중로 전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최근에는 여의도 일대에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민원이 있다”고 말했다.

4차 대유행 경고 속…상춘객 비상 

6일 낮 12시 30분쯤 찾은 서울 청계천. 계단에 앉아 점심을 먹는 이들이 눈에 띈다. 채혜선 기자

6일 낮 12시 30분쯤 찾은 서울 청계천. 계단에 앉아 점심을 먹는 이들이 눈에 띈다. 채혜선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야외로 사람이 몰리고 있다. 축제를 취소해도 그 인근으로 상춘객들이 몰려 주민이나 지자체가 시름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날 낮 12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친구들로 보이는 8명이 청계천 계단에 나란히 앉아 패스트푸드를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모두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린 이른바 ‘턱스크’ 상태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면서 청계천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아무래도 청계천은 야외다 보니 북적거리는 상황이나 방역 수칙 위반 등을 단속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봄꽃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탄천 일대에도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50대 주민 김모씨는 “탄천에서 돗자리를 깔고 모여 음식을 먹는 이들을 볼 때마다 다들 코로나19가 끝난 것처럼 행동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 방역 수칙을 안내하는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는 봄철 나들이 등 야외 활동을 가급적 줄이고,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봄을 느끼기 위해 나가고 모이는 것보다 감염으로부터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며 “어렵게 되찾은 우리의 봄은 지난 겨울보다 더 힘겨워질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내 감염보다 감염 위험이 떨어진다고 해도 야외에서도 비말(침방울)이 2m까지는 날아갈 수 있다”며 “나들이 등을 즐기더라도 마스크는 반드시 쓰고, 가족이 아닌 외부인과는 식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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