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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의 시시각각

‘K방역 쇼’의 경제적 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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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강원도 속초시는 6일 생활체육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백신접종 모의훈련을 했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전 국민 실제 접종은 언제 이뤄질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연합뉴스]

강원도 속초시는 6일 생활체육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백신접종 모의훈련을 했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전 국민 실제 접종은 언제 이뤄질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K방역 쇼는 총체적 실패로 드러났다. 그 민낯은 백신이라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현 정권은 전 세계에 K방역의 우수성을 띄웠다. 하지만 그 우수성의 실체가 산업화 시절 구축한 건강보험 시스템, 거대한 행정력, 의료진의 헌신, 국민의 협조와 인내가 합쳐진 결과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우리 국민이 가졌던 자산이자 역량이었다. 이게 실체인데도 현 정권은 마치 기묘한 대책을 잘 세워서 방역에 성공하는 것처럼 국내외에 자랑했다. 그 결과 우리가 치르는 경제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백신 접종 순위 111위 국가 전락 #국민 고통·경제 손실 끝 안 보여 #쇼 멈추고 백신 확보에 힘 쏟아야

하지만 현 정권은 여전히 “국민 여러분 향후 2주가 고비”라면서 “모임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또 “코로나 수칙 위반업소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끝없는 재난 문자와 국민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방문 기록은 덤이다. 이렇게 전 국민이 고생하고, 코로나 대응을 빌미로 선거철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 나라 살림은 빚더미에 올랐다. 하지만 현 정권의 후안무치는 갈수록 심해진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

이 터무니없는 K방역 쇼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인가. 이번에도 사회적 취약계층이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과 패턴이 똑같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하고 규제 폭탄으로 집값이 폭등하니 취약계층부터 벼랑 끝에 선다. 중산층도 징벌적 보유세 폭탄으로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조금 더 버틸 힘이 있다. 그런데 임대차 법안을 밀어붙여 서민과 무주택자를 벼락 거지로 만든 현 정권 실세들은 법안 통과 직전 임대료를 올리고 빠져나갔다. 그래도 현 정권 실세들은 국민을 위해, 서민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내로남불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면서 마치 제 돈인 양 재난지원금을 뿌려댄다. 지난 1년간 추경 5차례에 걸쳐 4번의 재난지원금을 뿌렸고, 전대미문의 전 국민 위로금도 5차 재난지원금으로 검토되고 있다. 나라 재정은 빚더미에 올랐다. 균형 재정이 무너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 안팎에서 단박에 6%로 뛰어올랐고, 국가채무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그 결과 나랏빚은 지난해 사상 처음 GDP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러고도 국민은 딱한 처지가 됐다.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가 백신 접종 실적 111위 국가로 전락하면서다. 이 막다른 상황은 조속히 벗어나기 어렵다. 백신 생산국이 여분을 수출하지 않는 백신의 무기화가 현실이 되면서다. 현 정권의 현란한 K방역 쇼가 빚어낸 참담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단계 2주 추가 연장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 ‘코로나 대응 실패의 대가를 치러야 할 나라들'이라는 기사에서 “확진자 증가와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 국민의 고통이 계속되고 경제 회복도 지연된다”고 경고했다. 주로 후진국을 가리켰지만 한국도 처지가 다르지 않다.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 정책 책임자들은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지금 영국부터 칠레까지 여러 나라가 백신 접종 덕분에 집단면역의 희망을 품게 됐다. 일부 국가는 여름 무렵 마스크를 벗고 다닐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 지금 같은 백신 열등생에 머물면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때까지 ‘2주 추가 연장’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투표하는 국민 모습이 타임머신 속 과거처럼 전 세계로 타전되는 최악의 상황은 제발 피하고 싶다.

현 정권은 지금도 도입 일정과 연령별 접종 일정을 바쁘게 내놓고 있지만 백신의 무기화 때문에 실현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혹자는 일본은 우리보다 속도가 더 느리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은 방역 쇼를 한 적이 없다. 따지고 또 따지는 일본의 내부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백신이 없어서 접종이 느린 게 아니다. 우리는 K방역이란 희망 고문부터 접어야 한다.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