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봉주 마라토너가 난치병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근육이 비틀어지는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병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에 2009년 은퇴를 앞두고 밝힌 그의 소회가 떠올랐다.
“인생이 평탄하지 않은 것처럼 레이스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습니다.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생과 마라톤은 참 닮았습니다.”
당시 그는 우리 나이로 마흔에 마흔 번의 완주를 기록한 상태였다.
그 마흔 번의 완주를 위해 달린 거리가 무려 지구 네 바퀴라고 했다.
20여년간 선수생활 중 가장 긴 휴식이 신혼여행 7일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아시안 게임 2연패 등이다.
그는 그중 보스턴 마라톤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회 직전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어요.
결승선을 바라보면서 아버님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이 모습을 보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꾸준한 달리기와 순박한 웃음을 두고 ‘봉달이’라 부른다.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 그에게도 레이스 도중 기권한 일이 두 번 있었다.
“달리다가 고통으로 숨이 멎을 것만 같았습니다.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고통이더군요. 심한 좌절감에 빠졌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기권한 게 더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그에게 지구 네 바퀴 달린 발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신발과 양말을 벗고 쑥스러워하며 한마디 덧붙였다.
“평발에다 짝짝이입니다. 왼쪽 발이 오른쪽보다 4mm 이상 큽니다.
그래서 발톱이 자주 빠지기도 합니다.”
이는 마라토너로서 치명적 약점이다. 그래도 그는 늘 이봉주답게 달렸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삶의 레이스에서도 이봉주답게 달리기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