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아스나위 ‘인도네시아 박지성’ 맞네

중앙일보

입력 2021.04.07 00:04

업데이트 2021.04.0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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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안산 아스나위는 “에와코”라고 외쳤다. 인도네시아어로 ‘파이팅’이란 뜻이다. 김성룡 기자

안산 아스나위는 “에와코”라고 외쳤다. 인도네시아어로 ‘파이팅’이란 뜻이다. 김성룡 기자

프로축구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의 홈구장 와 스타디움에 가면 간혹 이색 장면을 볼 수 있다. 스탠드 한켠에 자리잡은 외국인 관중들이 경기를 보다 말고 일제히 절을 한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 시즌 안산에 입단한 측면 수비수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22)를 응원하러 온 자국 팬들이다.

K리그2 외국인 선수 데뷔전 뛰어
자국 억대 연봉 포기하고 한국행
“한국서 인정받고 유럽 가고싶어”

6일 안산에서 만난 아스나위는 “인도네시아 국민 중 85%가 무슬림이다. 매일 5번씩 기도하는데, 팬들은 경기 도중이라도 거르지 않는다. 나는 선수라 뛰다 말고 절을 할 순 없다”며 웃었다.

올 시즌 아스나위가 입단한 뒤 안산은 일약 ‘인도네시아 국민구단’이 됐다. 아스나위는 2월 동남아시아 쿼터로 자국 클럽 PSM 마카사르에서 건너왔다. 계약 이후 안산 구단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가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7배 급증했다. 인도네시아 방송국 TSB는 안산 전 경기 중계권을 샀다. 경기 당일 국내 포털 사이트 생중계 화면 채팅창은 인도네시아어로 뒤덮인다. 아스나위는 “안산시에 (약 1000여 명의) 많은 인도네시아인이 거주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아스나위는 지난달 28일 FA컵 2라운드 양평FC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3일엔 부산을 상대로 60분간 뛰며 K리그 데뷔전도 치렀다. 주 포지션은 우측면 수비수인데, 한국에선 윙어로 뛴다. 다부진 체격(1m72㎝·72㎏)과 스피드가 돋보이지만, ‘오프 더 볼(볼을 가지지 않은 상황)’ 움직임과 수비 가담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는 “K리그는 경기 수준이 높고, 경쟁적이면서 템포가 빠르다. 내 약점을 인정하고, (포지션 관련) 감독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고국에서 눈을 본 적이 없다는 아스나위. 고향 마카사르 기온은 32도라서, 한국 여름이 오면 더 힘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안산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내는 그는 돼지고기를 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즐겨 본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고국에서 눈을 본 적이 없다는 아스나위. 고향 마카사르 기온은 32도라서, 한국 여름이 오면 더 힘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안산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내는 그는 돼지고기를 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즐겨 본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축구 스타로 대접 받는 아스나위는 자국 리그서 뛸 때 1억원대 연봉을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도네시아 리그가 1년간 멈춘 데다, K리그에 도전하고 싶어 몸값을 낮췄다. 축구 코치로 활동 중인 그의 부친(바하르 무하람 씨)은 한국행을 결심한 아들에게 “나도 2000년에 한국에서 클럽대항전을 뛴 경험이 있다. (K리그에 진출하는 ) 네가 자랑스럽다”며 등을 두드려줬다고 한다.

이달에 비로소 데뷔전을 치른 건 두 번의 자가격리 때문이다. 2월 입국해 2주 격리를 마치고 안산의 인도네시아 식당을 방문했는데, 자신을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은 고국 팬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다시 격리 됐다. 아스나위는 자가격리 중 옥상을 뛰며 ‘이 정도 시련은 나를 막을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스나위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 [사진 신태용]

아스나위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 [사진 신태용]

아스나위를 한국에 추천한 인물은 신태용(51)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다. 지난달 28일 지병 치료를 위해 에어 앰뷸런스로 귀국한 신 감독과 아스나위의 전화 통화를 즉석에서 주선했다. 아스나위가 “병문안을 가고 싶다. 빨리 회복해 대표팀을 이끌어달라”고 하자, 신 감독은 “(홈 경기가 열리는) 11일에 안산을 방문하겠다. 자신있게 하라”고 화답했다.

안산 관계자는 아스나위를 “인도네시아의 박지성”이라 소개했다. 박지성이 뛰던 시절, 한국 축구팬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경기 중계를 지켜봤듯, 인도네시아 팬들도 안산 경기를 챙겨 본다. 아스나위는 “박지성은 레전드다. 유럽 무대에 아시아 축구를 알렸다. 나와 박지성은 실력 차이가 엄청나지만, 나 또한 그처럼 유럽 진출을 꿈꾸며 도전 중이다. 우리팀 마스코트인 늑대처럼, 동료들과 힘을 모아 100%를 쏟아붓겠다”고 했다.

안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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