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구광모(43)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로 취임 4년 차를 맞는 구 회장의 ‘미래 포트폴리오’ 정비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속도 내는 미래 포트폴리오 전략 #서너달 한번꼴 부진한 사업 손봐 #로봇·AI 신성장사업 과감한 M&A #전장 등 차 부품에도 선제 투자 #“젊은 총수답게 사업구조 고속 개편”
6일 재계와 LG 등에 따르면 구 회장이 2018년 6월 취임 이래 지금까지 LG그룹은 9개 분야에서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 출범 등을 통해 신성장 엔진을 달았다. 대신 스마트폰을 포함한 9가지 비주력·부진 사업을 정리했다. 〈그래픽 참조〉 대략 3~4개월에 한 번꼴로 주요 사업에 메스를 댄 셈이다. 재계에선 “젊은 총수답게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매각과 인수 금액의 균형을 맞추면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구 회장이 집중하는 미래 사업은 로봇과 전장부품, 인공지능(AI)이다. 구 회장 취임 한 달 후 LG전자는 산업용 로봇기업인 로보스타의 지분 33.4%를 사들였다. 로봇은 센서·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모두 적용되는 분야다. 바로 한 달 뒤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인 ZKW를 1조4400억원에 인수했다. 구 회장의 결단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대규모 투자인 만큼, 자동차 전장사업에 베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9월엔 LG화학이 미국의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기업인 유니실을 1500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지분 51%)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엔 LG전자와 스위스 룩소프트가 합작한 알루토가 출범했다. 이 회사는 차량용 운영체제인 ‘웹OS 오토’를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콕핏(멀티 디스플레이) 등을 상품화할 예정이다. LG는 이를 통해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고 수익성이 높은 미래 자동차 부품에 선제 투자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그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9년 4월 LG디스플레이는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청산했다. 비슷한 시기 LG화학은 미국 듀폰의 솔루블 OLED 기술을 인수했다. 패널 위에 잉크젯 프린팅을 통해 원하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기술이다. 덕분에 LG화학은 업계 선두주자인 스미토모·머크와 기술 수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구 회장의 단호함은 LG전자 연료전지 사업 청산, LG CNS 지분 35% 매각, LG화학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 매각에 이어 스마트폰 사업 청산으로 이어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데는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LG마그나의 인력 확보 의중도 담겨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마그나의 본사는 현 LG전자 인천 사업장으로, 이 회사 인력 1000여 명이 이동할 방침이다. LG 측은 스마트폰 인력 3400여 명 중 일부도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지난달 열린 ㈜LG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했다”며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서도 “LG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쉼 없는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