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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 주택이 세계 집값상승 주도, 도심 강세 한국과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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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바라본 뉴욕 맨해튼의 모습. 맨해튼은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1년 집값이 4% 하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바라본 뉴욕 맨해튼의 모습. 맨해튼은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1년 집값이 4% 하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 1년 동안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선진국에서 도심보다는 교외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도심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이어 ‘풍선 효과’로 강북과 수도권이 따라 오르는 한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12.32%고, 경기도 역시 12.66% 올랐다.

청와대 “세계적 현상” 설명과 차이 #7대 도시 6% 뛸 때 교외 11% 상승 #맨해튼은 작년 내렸다 올해 회복세

지난 4일 이코노미스트의 통계에 따르면 주요 25개국에서 지난 1월 실거래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 상승했다. 미국은 11%, 독일과 영국은 각각 9%와 8% 올랐다.

하지만 집값 상승이 ‘유동성 증가’에 따른 무조건적인 현상은 아니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통화 팽창이 불가피하게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경우 오히려 지난해 집값 하락을 경험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맨해튼 집값은 지난해 4%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의 경우 맨해튼 주택 중위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17.7% 떨어져 1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심 지역이 봉쇄되고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맨해튼 주택시장은 회복세다. 백신 보급 등으로 경제 활동 정상화를 기대하면서다.

독일 베를린 등 주요 7개 도시는 맨해튼처럼 떨어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6% 오른 반면, 교외 지역은 11%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근 10년 동안 보지 못한 집값 상승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이 거의 상승하지 않은 나라도 있다. 지난 1월 일본 부동산 조사 회사인 도쿄간테이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70㎡ 기준)는 전년보다 0.7% 오르는 데 그쳤다. 도쿄도는 3.3% 올랐지만 인근 가나가와현과 사이타마현은 각각 -0.3%와 -0.1%였다.

집값의 기초가 되는 땅값(공시지가)은 떨어졌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에 따르면 도쿄의 주택지 가격은 전년 대비 0.6% 하락했다. 도쿄 올림픽 개최 등의 호재로 계속 오르던 주택 가격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춤하고 있다.

아파트 임대시장도 코로나19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5%)·멜버른(8%), 미국 뉴욕 맨해튼(15%)은 각각 하락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도심 기피 현상이 일어나면서 교외의 단독주택 집값이 올랐지만 한국은 안전자산인 도심의 집값이 강세를 보였다”며 “더불어 한국은 정부 규제의 풍선효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도심 외곽의 싼 집을 매매하면서 강북과 경기도 등의 집값도 일제히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한은화·석경민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sui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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