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신품귀에 비상···'국내 생산' AZ백신 수출중단 검토

중앙일보

입력 2021.04.06 19:58

업데이트 2021.04.18 17: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연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일 만 75세 이상 고령자 대상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이 진행중인 대전 유성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연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일 만 75세 이상 고령자 대상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이 진행중인 대전 유성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정부가 해결 대안의 하나로 국내 생산 백신의 수출 중단을 검토 대상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중단은 국제 무역질서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조치이며 마지막에 꺼낼까말까 고민해야 할 카드인데, 벌써 거론하는 게 너무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팀장 6일 브리핑에서 AZ 백신 수출 제한 관련 질문을 받고 "조기에 백신이 적절하게 도입되게 하기 위해 가능한 한 대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대안을 검토하는 과정 중에 가정법으로 무언가를 특정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를 재차 확인했다. 질병청은 "어느 하나의 수단을 (콕 집어)특정하는 것은 아니고 가능한 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적 백신 수급 상황, 해외동향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질병청은 지난달 말 "지금으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는데, 그새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한 발 뺐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장 검토하거나 추진한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AZ·노바백스 외의 백신을 전량 수입하는데 (국내 생산 백신을) 수출 제한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AZ는 혈전 문제도 있어서 거기만 매달리기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거니까 긴박한 상황이 되면 수출제한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AZ백신 수출 중단은 인도가 먼저 시행했다. 이로 인해 국제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인도와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AZ사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서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며 "한국은 단순 위탁 생산이라서 맘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에게서 기술이전을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노바백스 수출 중단은 가능하다. 전시작전권이 한국에 있어 어떠한 작전이든 상관없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AZ백신 수출을 중단하면 불리한 조치가 줄줄이 이어진다. 우선 AZ사가 더 이상 SK에 추가 물량을 발주하지 않게 된다.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공급 협의체)도 SK 공장에 백신 생산을 맡기지 않게 된다. 코백스에서 들여오기로 예정된 백신 973만명 분을 받지 못하게 된다. 만약 한국이 AZ백신을 맘대로 생산하게 되면 계약 위반에 해당돼 국제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SK가 AZ백신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AZ사가 계약 위반 공장에 원부자재를 계속 공급할 리가 없어서다. 원부자재는 세포 배양액(배지)을 비롯해 여러가지가 있다. 화학 합성물인 일반적인 약품과 달리 백신은 생물학적 단백질 제제이기 때문에 원료를 아무나 배양하거나 양을 늘리기 힘들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AZ사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8개의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본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면서 백신의 특허를 일시 중지해 생산량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안건을 청원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반대에 부닥쳐 WTO가 진도를 잘 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에 추가 논의하기로 돼 있지만 특허 정지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특허 중지 같은 국제적인 연대가 형성된다면 국내 생산 백신의 수출 중단 같은 걸 후순위 카드로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아닌 데도 한국이 나서 수출 중단 카드를 들먹이는 건 매우 섣부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그동안 정부가 국제사회의 포용을 강조해왔는데, 수출 중단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평판을 잃게 되고 체면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며 "실리적으로도 소탐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교수는 "인도는 대유행이 시작돼 백신이 절실하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한국은 내세울 명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백신을 수출하지만 mRNA 백신 등 전량 수입하는 것도 있다. 수출 제한하는 건 그런 수입 백신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불이익을 당해도 할말이 없게 된다"며 "우리나라는 AZ백신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질병청이 그러한 조치(수출 중단)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인데 그런 조치를 할 수 있을지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식·이에스더·이태윤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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