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10배의 유혹…슈퍼개미 몰리는 CFD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1.04.06 18:15

업데이트 2021.04.06 23:46

미국 월가를 뒤흔든 한국계 펀드 매니저 빌 황(한국명 황성국)의 헤지펀드 '아케고스(Archegos) 스캔들'이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였다.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주가 급락으로 수조 원의 손실을 보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것뿐만 아니라 사건의 도화선이 된 상품 때문이다.

아케고스 스캔들의 도화선 중 하나가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다. CFD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거래다. 국내에서도 CFD 투자에 나서는 '슈퍼개미'가 급증하면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케고스의 대표 빌 황(황성국). 블룸버그

아케고스의 대표 빌 황(황성국). 블룸버그

CFD 잔액 4조, 1년 새 3.5배로

6일 금융감독원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CFD 계좌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4조380억원이다. 1년 전(1조1385억원)의 3.5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CFD 계좌 수도 지난해 2월 4236개에서 1만4883개로 1년 만에 3.5배로 뛰었다.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와 증권사의 영업 확대, 증시 호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CFD는 고위험 거래 방식이라 전문투자자로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2019년 11월 개인 전문투자자로 인정받기 위한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종전 '5억원 이상'에서 '초저위험 상품(국공채 등)을 뺀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추면서 개인 전문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 1만1626명으로, 2019년(3330명) 대비 249% 늘었다.

덩달아 CFD 투자자도 2019년 576명에서 지난해 2083명으로 262% 급증했다. CFD는 법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은 CFD 전체 거래대금의 97.2%를 차지했다.

CFD는 레버리지(지렛대)를 활용해 증거금의 10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소 10%의 증거금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단 뜻이다. 예컨대 삼성전자 1만 주(6일 종가 기준 8억6000만원)를 8600만원으로 살 수 있다. 주가가 10% 오르면 100% 수익을 보지만, 10% 내리면 투자금 전액을 날리는 구조다. 증거금률은 투자 종목에 따라 10~40%다.

그동안은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증권사와 연계된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CFD 거래는 외국인 매수·매도 통계로 잡힌다. 매매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의 몫이지만, 주식 소유권은 증권사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달부턴 11%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CFD잔액계좌수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CFD잔액계좌수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가 하락 때 반대매매 우려

양도세 부과에도 CFD 시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자산가들이 레버리지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꾸준해서다. 양도세 부과로 매력이 줄긴 했지만, 해외 주식 투자 측면에선 여전히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 거래 땐 양도세가 22%인데 CFD를 활용하면 11%에 그친다"며 "여전히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슈퍼개미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교보·키움·신한·유진·하나·한국·DB 등 7곳에 이어 삼성증권이 지난 1일 CFD 서비스를 내놨다. NH·미래에셋도 연내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금감원이 발간한 '2021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를 보면 "현재 CFD 잔고의 대부분이 매수 포지션인 점을 고려할 때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과도한 물량이 나오게 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진 않아 증시 전체보단 종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CFD 투자자 역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FD는 레버리지가 최대 10배로, 신용거래 융자(2배)보다 높다"며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하면, 이 반대매매가 주가 하락 폭을 더 키우는 등 악순환이 생길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CFD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CFD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문제점과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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