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쿄올림픽 불참, 文 계획한 '어게인 평창' 물거품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4.06 17:26

업데이트 2021.04.06 19:01

2018년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공동 입장한 남북 선수단. 국제 대회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으로 입장한 것은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북이 공동으로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북한의 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이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연합뉴스]

2018년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공동 입장한 남북 선수단. 국제 대회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으로 입장한 것은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북이 공동으로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북한의 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이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연합뉴스]

‘어게인(again) 평창’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북한이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불참 의사를 밝히며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당시 남북 선수단이 개회식에 공동으로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한 것과 같은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이번 도쿄 올림픽을 남북 화해 무드 조성의 계기로 삼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北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
남북 공동입장·단일팀 무산
文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어디로
한·일 관계 개선 동력도 저하

북한이 밝힌 공식적인 불참 사유는 ‘선수 보호’다.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국경까지 폐쇄했던 북한 입장에선 선수들을 해외에 보내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일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린 올림픽위원회 총회 소식을 전하며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둘러싼 남·북 동상이몽 

북한의 이날 입장문은 일체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담기지 않은 실무적 이유의 ‘불참 사유서’나 마찬가지였다. 불참 결정도 다른 총회 토의 내용을 다 소개한 뒤 맨 마지막에 한 줄로 소개했다.

도쿄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적극 활용하려 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애초에 올림픽에 국제 스포츠경기 대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생각이 없었다는 식의 태도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 개선과 동북아평화 진전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말했고, 지난 3·1절엔 기념사를 통해 “도쿄올림픽은 한·일, 남북,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 무드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역사적 이벤트로 이어졌다. 사진은 2019년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사이에 둔 채 대화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을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 무드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역사적 이벤트로 이어졌다. 사진은 2019년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사이에 둔 채 대화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을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한 건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도 대화에 임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발표한 5대 남북협력 사업에 ‘스포츠 교류’를 포함한 것 역시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둔 협력 제안으로 풀이됐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오면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린 만큼 정부가 이번 도쿄올림픽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2018년과 확 바뀐 北 대외환경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은 급변했다.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이 ‘하노이 노딜’로 끝나며 북핵 문제를 둘러싼 본질적 이견이 고스란히 부각됐고, 북한 입장에선 한국이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할 역량이 있는지 불신을 갖게 된 게 사실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끼리 우선 만나고 보자는 식의 이벤트성 탑다운식 대북 접근을 지양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당시 한·미가 물밑에서 교감하며 연합훈련 연기 등의 조치로 북한을 향해 대화 제스쳐를 취한 것과 달리 도쿄올림픽을 ‘어게인 평창’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바이든 행정부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은 이유다.

이에 북한이 선수 보호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국 도쿄올림픽에 참여해봤자 실질적으로 챙길 이득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불참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으로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방향성을 감안했을 때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고위급 회담 등의 이벤트를 개최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불참 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이나 미국과의 대화나 협력을 위해 자신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에 해당하는 만큼 이후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 수위를 한 층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은 남북 관계 뿐 아니라 한·일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다진 배경엔 도쿄올림픽을 활용한 남북관계 개선 구상과 한·미·일 동맹을 복원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도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기는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한·일 관계를 개선할 동인마저도 감소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야 계속 관계 개선을 추구하겠지만, 일본과 계속된 과거사 갈등으로 감정의 골이 쌓인 상황에서 기대를 걸었던 이벤트까지 무산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상당 부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올림픽 불참 발표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마지막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통상 내부의 결정사항을 외부에 알릴 땐 노동신문이나 대외선전매체 등을 활용했는데, 이번엔 체육성 홈페이지에 관련 입장을 게재했다. 북한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이 아니라 올림픽위원회 총회 결정 사항이라는 설명과 함께 체육성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올린 것 자체가 번복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정부는 북한의 결정 과정과 보도 형식 등과 관련해 제반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올림픽은 세계 평화의 제전인 만큼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으며, 북한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현지시간)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공식 통보해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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