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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세금폭탄 막아줬다, 똘똘한 '한지붕 두집'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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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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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부담 없이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틈새상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모습. 뉴스1

세금 부담 없이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틈새상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모습. 뉴스1

김모씨가 사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본인 소유의 전용 84㎡(33평형) 아파트.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15억원대로 지난해보다 10% 넘게 오른다. 세금이 재산세 300만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90만원으로 두 세금을 합친 보유세가 지난해보다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한 지붕 두 집' 세대구분형 아파트 #대학가 이어 재건축·리모델링으로 확산 #현 정부 다주택자 세금 중과가 관심 높여

하지만 김씨는 세금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나오는 월세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어서다. 김씨는 아파트 방 하나를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 임대해 월 10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김씨 집은 ‘세대구분형’ 주택이다. 주방과 화장실을 별도로 갖추고 출입문이 분리돼 생활을 달리하는 두 세대가 살 수 있는 집이다.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은 한 집에 두 세대가 같이 살기 어려운 구조인데 두 집으로 나눴다. ‘한 지붕 두 집’인 셈이다.

원래 아파트 내부를 마음대로 구조 변경할 수 없는데 1~2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추세에 맞춰 2012년 정부가 ‘멀티홈’이란 이름을 붙여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설기준을 마련했다. 전용 85㎡ 초과였던 집 크기 제한을 없애고 세대구분형에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주방·욕실 등 설계기준을 마련했다. 활성화하고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다음해인 2013년 법제화했다. 세대구분형은 기존 주택을 활용하면 돼 새로 짓는 것보다 공급이 쉽다.

이런 주거지를 원하는 1~2인 세대가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 세대가 39.2%이고 1~2인 세대는 62.6%에 이른다. 수요가 많아 임대료가 같은 크기의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 등보다 10만~20만원 비싸다. 서울에서 대학가인 신촌과 흑석동 일대 아크로리버하임·신촌그랑자이 등 전용 84㎡ 내 세대구분형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0만~100만원 정도다.

신촌·흑석동 일대 84㎡ 보유세가 월세 4~5개월 치에 해당하는 400만~500만원 정도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보안이 좋고 편리하며 커뮤니티시설 등 아파트 단지의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어 대학생이나 둘만 사는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집주인들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의 다주택자 세금 중과 때문이다. 세대구분형은 사실상 2주택을 소유한 효과가 있지만 1주택이다. 양도세 비과세, 종부세 공제 등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받으며 다주택자처럼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다.

공시가격 9억원 초과의 경우 월세 임대소득에 세금이 나오지만 많지 않다. 월세 100만원의 세금이 60만원이다. 세대구분형이 간혹 눈에 띄다가 세입자와 집주인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가 구분세대형을 반영해 재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 전용 84㎡를 전용 59㎡와 전용 24㎡로 나눌 수 있게 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극동 등 대형 평형이 많은 아파트도 리모델링에 세대구분형을 도입한다. 리모델링 시공사인 쌍용건설 류탁수 부장은 “리모델링은 전체 세대수를 늘리는 데 제약이 있다”며 “세대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대구분형은 일반분양분을 늘려 사업성을 높이고 임대수입도 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천안 한양수자인에코

천안 한양수자인에코

지방에도 등장했다. 이달 초 견본주택 문을 연 충남 천안 한양수자인에코시티는 전체 3200가구 중 84㎡ 900여가구를 세대구분형으로 짓는다. 중소형 주택형에서 보기 드물게 세대구분형을 비롯해 거실·방 등을 대부분 전면에 배치한 5.5베이 구조이기도 하다.

황영민 분양소장은 “지방도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 다주택자 세금이 만만찮다”며 “세금 걱정 없이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세대구분형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이 경남 창원 가포지구에 분양하는 마창대교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도 84㎡ 일부를 세대구분형으로 내놓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세금 중과로 주택 임대 투자가 어려워졌는데 추가로 집을 매입할 필요 없이 임대수입을 낼 수 있는 세대구분형이 임대수익형 틈새 상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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